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를 말하는 단어 꾸준히. 나는 자의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 적이 있을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엄마는 나에게 사람이 살면서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피아노는 어려웠고 재미없었다. 악보를 읽는 방법을 배웠지만 검은 것은 음표요 흰 것은 종이이니 이런 것을 배워 무엇하리라는 생각에 늘 도망칠 생각만 했다. 몇 년을 피아노를 배웠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유일하게 조금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성인이 돼서 따로 연습한 summer 한 곡) 엄마는 내가 몇 년을 널 학원을 보내 줬는데 악보도 못 읽냐고 지금도 말하셔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내가 다니고 싶어서 다닌 학원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해도 5년을 다녔으면 악보는 읽을 수 있어야 하지 할 것 같은데 참 아쉽다.
언니와 함께 일본어를 공부했다. 언니는 지금도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지만 나는 한자가 너무 싫었다. 한자 알레르기가 있는 것처럼 한자가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자를 공부하면 할수록 한국어의 우수성에 대한 감탄과 세종대왕님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지금도 난 한자의 벽을 넘지 못해 일본어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 일본어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일본어 공부를 해서 무엇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 일본어 공부도 한자 공부도 꾸준히 하지 못했다.
내가 꾸준히 했던 것은 학교 다니기, 아르바이트, 회사 다니기 정도 아닐까 싶다.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돈도 안 벌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6살 이후 처음이다. 난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고 자발적으로 꾸준히 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은 늘 있었다.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내면 인생은 그걸로 완성된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일은 성가시고 두렵고 힘드니까. 그리고 추가적으로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상처받고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슬프니까.
하지만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난 늘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그들이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쌓아온 결과물을 보면 질투가 났고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꾸준히 하는 일이 서툰 사람이니까. 나는 그만큼의 열정과 재능이 없으니까. 나는 안정적인 직장과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끊임없는 핑계와 변명 그리고 깊은 자괴감의 반복이 날 괴롭혔다. 그리고 조금 더 늦으면 이 자괴감이 나의 인생 전반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될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그 용기를 냈던 시간의 모습을 글로 남겨 놓으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연약하고 재능 없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한 걸음의 용기를 삶을 다시 디자인해보려고 한다.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다 보면 나도 빛나는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