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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Jul 14. 2022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22 정신과와 내과, 그리고 알코올 중독

알코올 중독자 아빠의 두 번째 입원 수속을 무사히 마쳤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정신병원이에요 내과 진료를 보고 오셔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나타나는 신체적(내과적)인 증상은 정신과에서 해결해 줄 수 없으니 보호자가 직접 모시고 외부 병원 진료를 다녀오란다.

.......아. 뿔. 사!


°아빠는 지난 2017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늘 드셔야 하는 약이 있어 약을 간호사에게 전달했지만 그마저도 진료와 약 복용을 제때 하지 못해 조제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것들이라 먹일 수 없다고 했다

°심전도 결과 (심방세동)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란다

°병원 직원의 대동 하에 안정제를 투여하고 내과 진료도 보았지만 그쪽에선 아빠의 신체 징후들이 많이 나빠서인지 다니던 3차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볼 것을 권했단다

°오미크론의 확산 세로 더 이상 병원 직원이 모시고 다녀오는 것도 불가하단다


아빠를 겨우겨우 입원시키고 숨 좀 쉬어보려는데 숨통이 조여왔다. 진료는 어찌어찌 본다 한들 아빠를 다시 병원에 넣을 수 있을지 불안함에 진료 예약을 해놓고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병원 진료를 보던 날 열흘 만에 본 아빠는

°거뭋하던 얼굴이  한결 환해졌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노랬다

°비장의 카드인 동생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 입원 지속과 치료의 필요성에 나열했다

°아빠는 잠시 수긍하는듯했으나 방금 전 무슨 말을 나눴는지 다 잊어버렸다는 듯이 오늘 퇴원하자는 말을 반복했다

°3차 병원의 의사는 중풍, 심근경색, 뇌경색을 경고했다 아빠는 지속적으로 약을 드셔야 하고 관리를 하지 않아 또 한 번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했다

°아빠가 도망갈까 봐 원무과에 접수를 하면서도,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수시로 아빠를 확인해야 했다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면서는 담배를 피운다던 아빠가 골목길에서 사라질까 입이 마르고 심장이 쿵쾅댔지만 초조함을 들키지 않으려 부단히 도 애를 썼다

°아침에 응급차로 차량 지원을 해줬던 병원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택시를 타고 들어오란다

헐~이다


나는 또 어찌어찌 택시를 타고 아빠와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퇴원하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야 하고 나는 지금 출근해야 하니 며칠 더 계셔야 해.

병원 진료 기록이 넘어와야 의사가 그걸 확인하고 퇴원시켜준대" 정신없이 아무 말 시전을 했던 것 같다


아빠는 그렇게 병원으로 돌아가 또 한 번 코로나 검사를 받고 4박 5일 격리병실에서 지내다가 본래의 입원병동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신과와 내과가 함께 있는 입원 가능한 병실이 알코올 중독자 가족들에게 절실하다.


알코올 전문병원,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응급실에라도 실려가게 되면 대학병원을 가게 되고 이미 심각한 질병들을 모두 갖춘 후에는 손쓸 수 없어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알코올 중독자의 운명이었다.



아빠의 운명은 지금 어디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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