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55 아빠를 보았다.

by 꽃샘추위

아빠의 겨울 외투를 가져다주러 병원에 도착한 후 병동에 전화를 걸었다.

보호사가 내려올까 간호사가 내려올까 기다리면서 굳게 이중으로 잠겨있는 유리 현관문을 본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벨을 눌러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폐쇄병동은 뭔가 무거운 공기에 잔뜩 움츠려있었다.

저 멀리 간호사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

간호사에게 외투를 주며,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말을 걸었다.

살이 좀 붙으셨으며 여전히 간식을 많이 드신다고 하신다. 간식비가 부족하면 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한마디 두 마디 대화를 나누실 수 있어서.

"퇴원은 언제 해야 할까요?" 묻고 싶었던 말도 슬며시 물어본다.

간호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고집도 너무 세고 하고 본인 원하는 것만 끊임없이 말하는데 따님 혼자 절대 감당 안 되실 거예요. 너무 철이 없으세요. 퇴원을 하면 다시 화물차 운전을 하실 거라고 따님 보고 면허증을 갱신 좀 해달라고 전해달라기에 주치의 선생님하고 깜짝 놀랐어요. 본인 병에 대한 의식이 너무 없으세요."

아빠의 알코올중독자 동무들이 얼마나 있는 건지 좀 물어보려던 찰나.

계단을 향해 내려오는 몇몇 남자들이 보였고 두 번째 유리문 뒤로 환자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채 문 뒤에 바짝 붙어 서있는 아빠를 보았다.

3초간의 반가움도 잠시

"어머. 어떡해요. 아빠가 나오셨어요"

"아~언제 나오셨지? 산책장 나갈 시간이네요. 따님! 괜찮아요! 매몰차게 그냥 고개 돌려 가세요. 괜찮습니다. 그냥 가세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서둘러 인사하고 차로 향했다.

아빠는 차에 오르는 내 모습을 보았겠지.

하얗게 새버린 머리, 잠시 스친 아빠의 얼굴이 많이 하얘졌다.

안색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술과 담배에 쪄들어 까맣게 변해버린 얼굴과 샛노란 눈동자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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