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요양 등급을 신청하러 건강보험공단을 찾았고 신청 후 심사를 거쳐 아빠는 장기 요양 4등급을 인정받았다.
당시 아빠는 만 60세가 되지도 않았지만 알코올의존증, 알코올성 치매, 술로 인한 인지저하로 이미 장기 요양이 필요할 정도의 몸 상태가 되었다. 당연히 집에서 모시기가 점점 힘들어진 때였고 언제, 어느 때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될지 모를 일이었다.
장기 요양 등급이 든든한 보험처럼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빠가 만 65세 이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코올중독자이고 치매로 진단을 받았으며 흡연자이기 때문이다. 어느 조건 하나도 요양원 측에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인생의 끝에 서 계신 노인들 사이에서 케어가 쉽지 않은 혈기 왕성한 문제아, 혹은 이단아쯤 되는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여러 통의 입소 문의 전화를 드렸고 그럴 때마다 반응은 한결같았다.
입소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소하시면 케어가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
ㅡ 요양보호사들이 환자분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분들이라 케어가 힘들 것 같습니다.
ㅡ 대기자가 많아서 몇 달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대기 명단에 넣어나 드릴까요?
ㅡ 저희는 흡연은 안됩니다.
ㅡ 적응을 못하시면 며칠도 못 버티실 거예요.
ㅡ 본인 동의가 없으신 상태에서 입원하시면 과격하게 나오실 수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ㅡ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지내기가 힘드실 것 같아요.
ㅡ 아버님이 퇴소를 요구하실게 뻔합니다.
방문 케어나 목욕 정도나 가능하지만 그것 또한 이용할리 만무했다.
그저 언제 어느 때 상태가 더 악화될지 모르니 장기 요양 등급은 그저 마음의 위안, 혹은 그저 부적과 같은 종이 쪼가리일 뿐이었다.
그 후,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따라왔으니 아빠가 요양 등급을 인정받은 건 치매노인이라는 것.
아빠는 환갑의 나이에 치매 노인이 되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치매 어르신' 관련 안내문이 발송되어 왔다.
나이 환갑에 '배회감지기'라니..... 기가 찼다.
아빠가 음주로 인한 면허 취소 뒤 몇 번의 필기 재시험을 거쳐 취득한 운전면허조차도 수시 적성검사 대상에 올라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치매노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행정처리 절차이다.
차가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아빠는 몇 번이고 수시 적성검사를 받더라도 면허를 유지하고 싶었겠지만 그마저도 술에 절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면허취소 행정처분.
아빠와 같은 애매한 나이, 애매한 상태의 알코올중독자들은 도대체 어떤 도움을 받아 살아가야 하는가? 거동이 불가능할 만큼 상태가 더 나빠져야 하는가? 죽음의 끝자락에 설만큼의 진단명을 하나 받아와야 하는가?
요양 등급은 있지만 요양원에 들어갈 수가 없다.
알코올중독 전문 요양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술'로 죽는다.
아빠를 술로부터 떼어놓지 않으면 결국 다가올 죽음.
중증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전국에 몇 개 없는 알코올 전문병원 입원치료조차도 엄청난 병원비가 부담되어 갈 수가 없다.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응급실을 통해서나 일반 병원에 갈 수 있을까? 상태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반복하는 사람들. 그나마 가족이라도 있으면 문턱이 낮은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죽지 않을 만큼만 회복되어 또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중병에 걸려도 복수가 가득 찬 배를 하고 까만 얼굴, 샛노란 눈동자를 하고 술에 먹혀 자기를 잃은 사람들.
끝끝내 가족마저 등을 돌리면 알코올중독자들은 곡기를 끊고 수 십, 수백 개의 소주병에 둘러싸여 싸늘한 고독사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