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그가 온다.

by 꽃샘추위

나는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불안감을 잠재우려 애를 썼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덜컥 겁이 났다.

나만 아는 두려움이 다가올 때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 두려움을 꿀꺽 삼켜본다.

그가 온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고,

그는 그의 인생을 선택하여 살아갈 것이라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의 퇴원일이 다가온다.

병원에서는 입원 기간 1년이 다가오는 즈음,

퇴원 카드를 꺼냈다.

외출, 외박의 개념으로 잠시 집에 다녀온 후 필요하다면 재입원하시고,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시라고.

언제 어느 곳에 있던 그는 외롭고 절망스러우며 자신이 처한 현실과 한심한 자기 모습에 좌절할 것만 같다.

퇴원을 하게 되면 아빠는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시 술에 절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원에 1년간이나 고립되었던 그를 또 다른 병원에 입원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로 요양원을 전전할 수도 있다.

그때에는 그렇게 되더라도 일단 집에서 잠시 쉬도록 해보자.

그 시간이 가족이 있는 공간에서의 쉼과 안식일지,

또 다른 고통일지는 그가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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