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들이 배우의 꿈을 키운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 책의 시작: "인터뷰를 왜 그렇게 좋아하나요?"
* 책의 끝: "당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당.연.히
이번 '배우의 방'이라는 책도 제목을 보고 이유없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인터뷰한 배우들을 보고 망설이지 않고 책을 펼쳤습니다.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위 인터뷰 순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대부분이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이 배우들이 어떤 계기로 이런 색다른 인터뷰를 수락했고,
그렇다면 배우들의 인터뷰 순서는 어떻게 결정이 된걸까.
나이 순서도 아닌 것 같았으며,
가나다 순서도 아닌 것 같았으며,
인터뷰 분량의 순서도 아닌 것 같았으며,
연기 경력의 순서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인터뷰를 수락한 순서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으나
책에도 어떠한 언급이 없어서,
일단 호기심은 접고 각자 배우의 방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중에는 다음 순서를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도 좋을 것 같고,
비중에 관계없이 한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인터뷰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본집과 함께 출시되면 너무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명의 배우들과, 그 배우들의 방으로 들어가 보니
모두가 비슷한 마음의 결을 가진 배우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보여주고, 내 공간을 보여주는 인터뷰라면
나라는 사람 전부를 보여주는 인터뷰가 될 텐데,
이런 진실한 인터뷰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색되고 꾸며진 어떠한 이미지를 철저하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짧은 시간에 배우들에게서
진심을 이끌어내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배우들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각자 표현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다들 진심으로 살아가는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철저하게 본인이 아닌 모습을 연기하지만
다시 본인으로는 돌아와서 가장 일관되고 진실한 삶을 사는 배우들이 모인 공간이었습니다.
항상 어디서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어쩌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그들은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꾸며진 이미지는 지속되기 어렵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과 본능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매사에 진실되게 살기로 결심한 듯 보였습니다.
다들 높이 올라갔다 온 경험이 있지만,
그 순간을 본인의 결정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목받을 때와 주목받지 못할 때는 큰 차이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다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이 삶을 그대로 유지하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치지 않을 때의 본인이
그 다음 단계의 본인을 만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선후배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살아가는 방법이라도 되는 듯이,
아끼는 후배들은 곁에 두고, 진심과 겸손을 체득시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체들은 많이 변하고 있으나,
대중들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기에
위에 같은 방법으로 선배들은 후배들을 품고 아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시우 작가는 이야기보따리가 굉장하게 많은 사람 같습니다.
각 배우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배우 한 명, 한 명마다 본인의 이야기보따리를 선물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 주듯이 말이죠.
누구보다 인터뷰를 많이 해봤을 배우들에게
진심을 끄집어 내기가 힘들 것 같았지만,
정시우 작가는 배우 본인들의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멋지게 해내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경계를 할지라도
본인만의 공간에서 본인들의 사람들이 함께하면
본인만의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온전해질 수 있는 공간이 있냐는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공간을 풀어내고,
위로받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더더욱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본인만의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소중한 공간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느냐는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평생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공간을 인정해 주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지요.
다음에는 정시우 작가님의
'자기만의 방'이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배우의 방'이 시리즈로 계속되길 바라며, 다음 시리즈에는 이병헌 배우도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에는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등 많은 배우가 나오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인터뷰와 대본집과 엮어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 드려봅니다.
"누군가에게 공간은 위로였고,
누군가에겐 영감의 창고였으며
누군가에겐 고향이었고,
누군가에겐 자신의 지금을 있게 해준 출밤점이었다."
모두들 스스로를 온전하게 해주는 그 공간을 찾고,
좀 더 자주 방에 방문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좀 더 스스로가 되어서 나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