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하는 밤]

그럴듯함과, 그러지 못함과,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하여.

by Cold books

[책의 시작과 끝]

* 첫 문장: 선생님 댁 벽난로 앞에서 나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마지막 문장: 나는 그 노거수를 찾아가 바라보며 듣는 중이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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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완벽한 시집을 만났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밤은 어둡고,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을 받아들여지는데,

촉진하는 밤이라니요.


시인에 밤이란 시간은 그만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고,

스스로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시간을 촉진한다는 의미였을까요.

그러길 바라면서 오랜만에 시집을 골랐습니다.


유난히 문학과 국어 시간에 시가 나올 때마다 어려웠습니다.

어느 작품이든 그랬지만

시는 더더욱 뭔가를 억지를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표현은 어떤 것을 상징하고,

이 비유는 어떤 것을 지칭하고.


이제 와서 보니, 한참 잘못된 교육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시를 읽는 법을 모른다는 것은

공백을 이해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의미가 있어야 하고,

어떤 표현이든 해석을 해야 하고, 그 해석의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를 읽을 때는 이해가 안 되어도

그냥 넘어가는 부분을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궁금해서,

문득 살다가 그 부분이 떠올라서 다시 이 시집을 찾지 않을까요.


특히 김소연 시인의 촉진하는 밤의 시들은

끊임없이 재미를 주었습니다.


단어끼리, 문장끼리, 문단끼리, 시끼리

끝말잇기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들이 잘 따라오고 있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시라는 장르는 많은 내용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정제되어야 할 것 같고, 함축된 표현을 써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김소연 시인은 오히려 시의 특성을 시각적 장치로 많이 활용합니다.

한 문단은 왼쪽 정렬, 다음 문단은 오른쪽 정렬를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취소선을 활용함으로써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있는 김언 시인의 해설집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이번 시집으로 제 밤이 촉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 더 촉진되고,

더 이상 이 시집에 대한 궁금증이 없어질 때쯤 해설집을 찾아보겠습니다.


책을 다 읽지 않고 끝내는 것만큼 저에게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만,

이번에는 반드시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 소개와 함께 실린 시집 소개로 마치겠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밤은 하나의 극점을 넘어, 일종의 경계선이 되는 것도 넘어, 어떤 거대한 지대를 향해 가는 끝의 의미를 품는다. 말 그대로 끝이 안 보이는 어떤 지대를 통과하면서 만날 수 있는 밤은 당연하게도 낮의 거짓말을 지우는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생각과 말이 돌아다니고 서성이는 광경으로 우리에게 온다.]


[마음이 쓰였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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