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어떤 시절은 누군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지나간다

by Cold books

[책의 시작과 끝]

* 책의 시작: 이루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 책의 끝: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히 타인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들 덕분이다.


[책리뷰]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라는 텍스트만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어떤 날이길래 사랑조차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될까.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날에는'은 조금 쓸쓸하지만,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는

그래도 관조적이고 초월적인 느낌을 줍니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너머에 무언인가 더 있다는 느낌으로

좀 더 나아가 보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작가가 이 제목을 짓기 위해서

최소 몇 주, 최소 몇 달은 걸리지 않았을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이렇게 책 전반적으로 세심하고, 꼼꼼하고, 가볍지 않고,

단단한 위로를 전해줍니다.


최근에 제 기준에서는 몇가지 카피만 내세워서

SNS 위주로 홍보만 하고 막상 책을 읽어보면

굉장히 가볍고 인스턴트스러운 위로들이 많아서 씁쓸했었는데요.


이 책과 작가는 그냥 넘길만한 순간에서 본인이

고민하고 느낀 것을 차분하게 전해옵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 고민의 순간들과 글을 쓰면서 고민하는 순간들이

느껴져 차분한 문체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중간 페이지쯤에

책 모서리가 접혀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책 겉을 보니 굉장히 깨끗해서 처음 읽는 책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조심스럽게 읽고, 간직하고 싶은 페이지를 접어났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더 특별해졌습니다.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2번 읽은 책이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1.5번 읽은 책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요.


최근에 어떤 사람에게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상황과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는데,

'너라면 그 사람한테 그랬을 거야?'라는 한 마디에,

대부분의 고민과 자책과 망설임이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최근 경험과 맞닿아서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조용히 문을 닫는 것도 고백이었다(니콜 크라우스의 <위대한 집>'라는

표현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표현 자체는 기존 문학작품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왜 조용히 문을 닫는 것이 고백이었는지'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적절히 잘 녹여서 누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글을 썼습니다.


문을 세개 닫는 것이 특정한 의사 표현임은 항상 알았지만,

조용히 문을 닫는 것이 고백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우리의 대부분의

'어떤 시절은 누군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지나간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고백도, 누군가의 손길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음이 쓰였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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