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난로(Stove)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고, 대본집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상과 활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영상에서 놓친 부분들을 활자가 꼼꼼히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인 것 같습니다.
배우 때문에 드라마가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요.
이 드라마에는 남궁민 배우와 박은빈 배우가 나옵니다.
박은빈 배우는 우영우로 뜨기 전이었지만, 이때부터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브 리그란 겨울에 난로(Stove)를 둘러싸고
팬들이 응원 팀의 선수 계약, 다음 시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시즌이 끝나더라도 팬들의 주목은 변함없이 불탄다'라는 의미로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야구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야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좋습니다.
그냥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백승수(남궁민)의 캐릭터는
가장 외로운 위치를 자처하며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 합니다.
가족도. 일하는 터전도요.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은 지금까지 백승수에게는
지켜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백승수는 더 사람들에게 떨어져 있으려고 합니다.
언제 또 떠나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만년 꼴찌 드림즈 야구단의 프런트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만년 꼴찌의 한심함을 입증해 주는 드림즈의 현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같이 해결해 가면서,
백승수 본인도 누구한테 지켜짐을 받고 있었구나 깨달아 갑니다.
이 드라마가 더 마음에 가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백승수와 드림즈의 해피엔딩을 그렸겠지만,
자본주의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백승수와 드림즈는 기존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조직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는 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시원하고 당연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주저하고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줍니다.
어쩌면 미생만큼의 인생 참고서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로맨스가 중심이 되지 않는 드라마,
선한 역할과 악한 역할이 구분되지 않는 드라마,
이야기에 따라 모두가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입니다.
이 모든 것이 균형적으로 잘 설계된 도면 위에
드림즈라는 꺼져가는 난로에 스스로 타오를 수 있게 불을 지펴주고,
그 불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지어진 드라마,
스토브 리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