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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Feb 18. 2020

개고기

#파뮬러스_이야기

나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보다는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짧게 짧게 방문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문에 '정보 획득'보다는 '생각 살피기'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게 커뮤니티 서핑을 하다 보면,

자주 개고기와 관련된 언급을 보곤 한다.

몇몇 급진주의자들이 고깃집에 가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본문에 달아놓고서는

'왜 소는 되는데 개는 안되느냐?' 하는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오늘도 그런 글을 봤다.

개고기를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자기 생각이 없다.

그냥 우기거나, 나무 위키에서 긁어온 글이 대부분이다.

생각을 살피러 간 나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아직도 '개고기에 대해 이리 무지하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면 입이 쓰다.


먼저 말하자면, 나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갈빗집에 들어가서 피켓을 드는 급진주의자들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잡식으로 태어나,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우리 인간에게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개고기 찬반을 넘어 개고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왜 먹으면 안 되는 건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1) 개고기는 비 위생적이다. 합법화를 해도. (개고기 자체의 문제)


사람들은 유통되는 개고기 대부분이 청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리된다는 걸 모른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개고기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며 키운다.

심지어는 개의 육 편을 개에게 먹이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몇몇 르포에 따르면 중금속과 세균 덩어리가 개고기에서 검출되었다고 했다.

내가 본 몇몇 식육견 농장과 개농장에서는 개들이 세균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었다.

http://news1.kr/articles/?3041154 (이 기사에서 전국 육견 상인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찾아보라.) 


이 '개'는 어떻게 '개고기'가 되냐고? 

일단 저렇게 식육견으로 길러지거나, 펫숍에서 '판매'되지 못하거나, 혹은 '번식장'에서 번식이 불가능한 친구들을 모아 개 도살장으로 끌고 간다. 기절이라도 시켜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때려죽이면 더 맛있다고 거꾸로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패는 모습은 예사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끓는 물에 넣지를 않나, 껍질을 벗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이 모든 것이 이뤄지는 장소는 바퀴벌레와 파리가 득실대는 비위생적인 곳이다. (혐오스러운 사진이라 굳이 넣지는 않겠다.)


이 와중에 개고기를 합법화 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나름 고개를 뻗대며 잘난 체하는 부류다.

합법화된 시설이면 깨끗한 '개고기'가 생산되는 줄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합법화 = 공장식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의 흔한 '사육', 당신 눈에는 이 모습이 깨끗하고 건강해 보이는가?


도살 과정이 나아지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소나 돼지를 다루는 도축 공장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의 창자를 끄집어내기도 하고, 창자가 튀어나온 채로 공장을 활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장 노동자 일부는 이런 일을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게 '바로 그' 공장식 도축이다.

개고기를 합법화시킨다는 건 이 모든 것을 정상적인 행위로 만든다는 것을 말한다.

공장식 축산이 원래 그런 것이다. 불법이건 합법이건 다 더럽다는 말이다.


*혹시 당신이 땅에 떨어지고 하수구에 처박혔던 고기를 충분히 끓였다는 이유로 입에 넣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동물을 그냥 마구잡이로 죽이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좋다.*


2) 소는 먹어도 되고, 개는 먹으면 안 되냐? (논리적인 문제)


이 사람들에게 '인간의 먹이'가 되는 일은 무슨 영광이나 평등의 권리쯤 되나 보다.

소가 먹히는 거는 불쌍하니까 개도 먹어야 된다는 식인 건지, 아니면 개를 안 먹는 게 화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

초등학생도 안 할 법한 유치한 말장난은 집어치우자.

다른 생명에게 먹힌다는 일은 영광스러운 일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생명이 먹히므로 개도 먹어야 된다는 건 평등이 아니다.

소도, 과학의 발전을 통해 생명을 착취당하는 일이 없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평등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는 두 가지다.

a. 인간의 풍요만큼 가족의 범위를 의식적으로 넓히고

b. 가족의 범위 안의 생명과 공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러나 미안하게도 소보다 개가 현대인의 가족의 범위에 가깝다.

이름부터가 '반려동물'이지 않은가.

제발, 소가 개보다 인간과 오래 살았다는 헛소리는 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개는 1만 5000년 전, 소는 1만 2000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대신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3) 식육견 농장이나 개고기 가게의 생존권은 어쩌냐?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문제)


나는 식육견 농장이나 개고기 가게를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유기동물을 비롯한 여러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식육견 가게의 발골, 가죽 벗기기 알바는 하루 이틀에 5~600을 버는 경우도 봤다. 

그런데 하나 알아야 할 것이, 대부분의 개고기 농장이나 가게는 자신들의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생존권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다.

humane society에서는 개농장 주인들을 회유해, 다른 직업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물론 하루에 2~3,000만 원씩 벌다가 다른 직업을 갖기가 쉽겠느냐만은, 다른 생명을 착취하며, 불법으로 돈을 벌던 사람들에게 생존권이라는 단어는 가져다 붙일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4) 그럼 '보신'은 어디서 하나? (전통의 문제)


미안하지만, 지금은 못 먹어서 죽는 사람이 넘쳐나던 조선시대나 전쟁통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 중 절대다수는 끼니를 해결할 정도를 넘는 경제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 끼니로 동의보감에 적혀있는 '보신'은 다 됐다. 개고기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고기의 효능'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반대쪽에 적혀있는 '개고기의 부작용'은 보지 못했나 보다. 부작용도 효능만큼이나 만만찮으니 꼭 확인하길 바란다.

이제 어쭙잖은 '보신' 전통은 좀 버리자. 아마 조상님들도 우리가 충분히 건강하게 살고 있고, 바란다면 운동이나 더하길 바라실 거다. 예전 조상님들이 드셨다는 사실을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개고기보다 좋은 영양소가 도처에 널려 있는 지금은 굳이 개고기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5) 난 먹지는 않지만 왜 당신 생각을 강요하느냐? 난 그게 싫다. (자유의 문제)


생각을 강요한다고 생각했다면 미안하다.

그런데 (생각이 여러 번 나와 헷갈리겠지만,) 생각은 전염성이 있고, 시대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

밤 9시가 되면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초등학생을 위한 생각도 있고, 시험기간에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다. 어떻게 하든지 당신의 자유이기는 하겠지만, 윤리적으로 옳거나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생각이 시대의 생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시대의 생각은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발전되고 커져나간다. 물론, 나도 아무 고깃집에 갑자기 쳐들어가 피켓을 쳐드는 사람은 싫다. 너무 급진적이고, 모순덩어리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야 말로 강요되면 안 되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고기 반대는 이미 [이 시대의 생각]이다.


내가 군 생활을 했던 곳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쩌다 한 번 개들이랑 마주치면 발라당 누워서 쓰다듬어 달라고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우리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개들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안 보이는 날에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휴가를 다녀온 어느 날, 마을에서는 잔치를 했다. 빼려고 해도 뺄 수가 없던 행사지만,  휴가에 잔치에 이게 왠 복인가 싶었다. 기름이 떠다니는 빨간 국물에 깻잎과 고사리가 담긴 탕이 잔치의 메인이었다. 몇몇은 영문도 모르고 맛있게 먹고, 나를 비롯해 꿈꿈한 냄새가 난다던 사람들은 입에도 대질 않았다. 아무도 군인들에게 관심이 없어 요리가 무엇인지 알려주질 않았고, 우리는 그냥 음식 맛이 너무 없다며 욕을 했을 뿐이었다.

그날 밤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뒤늦게 안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개고기는 더럽고, 맛도 별로 없다.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사라져 가며, 몸에 좋은 음식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개고기를 먹어야 할 이유도 없고, 인도적이지도 않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게 '강요'라 느껴진다면, 혹은 개고기 먹는 사람들을 힐난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야 말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뭘 먹던 말던 이 '인간다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유'인가? 웃음만 나온다.

자유가 있다면 반대편에는 책임이 있다.

인간으로서 살 자유가 있다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몸은 현대에 살면서 언제까지 고대인의 식사 논리를 가지고 올 것인지 모르겠다.

간혹 누군가 헌법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데, 자유민주주의는 개고기를 논하는데 쓰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라고 만들어진 거다. 

우리는 그만큼 풍요로워졌고,

이제는 우리의 풍요와 책임이 '반려동물'에게 까지는 닿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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