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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Jul 29. 2021

밀린 세금 내기

싼 교훈.

2020년 여름,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2018년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세금을 내지 않으셨다고.

그래서 세금을 내셔야 한다고. 약 x 천만 원가량이 밀려있다는 내용이었다.

'X 됐다.'


무슨 일인가 기억을 되짚었다.

2018년도에 개인사업자를 통해 매출이 발생했었다.

그 돈을 경기도 n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 전액 기부를 했었다.

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기부금 신고를 안 한 모양이었다.

당시에 '기부금 계약서'를 써주지 않겠다고 며칠을 뻗대고

사무실까지 찾아오고, 주변 사람들까지 동원해 소위 '나이로 찍어 누르는'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겨운 제왕적 사고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계약서를 쓰려고 했던 건 단지 증빙용이었는데,

그들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 내 잘못이지.

어느샌가 불어난 그 돈을 난 내기로 했다.

겸허히 받아들인 게 아니라, 사실 연락이 안 됐다. 연락처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찾아가 말다툼을 할 힘도 없었다. 그리고, 세무서에는 독촉을 하니
일단은 내기 시작해야 내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으니까.


9~10개월간 분할 납부를 해댔고,

어제 그 돈을 모두 지불했다.

홀가분했다. 눈물도 찔끔 나왔다.

나도 안다. 내가 계약서만 썼다면 모든 게 달라졌겠지.

싸게 배웠다.

근 1년간 내가 뼈저리게 느낀 건 계약서 없는 말랑말랑한 관계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한 적도 없지만) 잃은 게 훨씬 많다. 대충 하지 말자.


그리고, 웬만하면 돈을 남에게 직접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사람들이 더하다.

어려운 처지라고 해서 믿을게 못된다.

급한 불은 껐으니,

다음 주에는 변호사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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