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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Aug 02. 2021

퀵퀵-슬로

영화 [쉘 위 댄스]에서찾은 것

몇 달 전인가,

[쉘 위 댄스]라는 오래된 일본 영화를 봤다.

등장인물이나 줄거리가 꽤나 매력적이어서, 관련 배우와 감독의 작들을 모두 찾아봤다.


중년 남성인 주인공이

댄스스포츠를 배우게 되면서 특유의 리듬감을 익히기 위해 '퀵퀵-슬로'를 연신 외쳐댄다.

퀵만 있어서도, 슬로만 있어서도 안된다. 퀵퀵-슬로.

춤도 그렇지만, 영화 내용도 그렇게 흘러간다.


1) 무뚝뚝한 주인공이 '퀵'하며 얼떨결에 댄스교습을 받으러 가는 모습.

2) 주인공이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며, 예쁜 선생님에게 '퀵'하고 관심을 표현하는 모습.

3) 이후에는 예쁜 선생님의 거절로 영화는 다시 느려진다. 

댄스스포츠 대회를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뻔한 주인공은 '슬로'.

4) 혹시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몰래 따라온 아내와 딸의 모습을 주인공이 발견하며

대회는 '삽시간에' 망가진다.

5) 주인공은 댄스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해외로 떠나기 전 마지막 댄스를 함께 추자는 예쁜 선생님의 연락에 마지막 댄스를 추러 가는 장면은 다시 '퀵'

6) 마지막 댄스 장면은 어느 때보다도 '느린' 댄스로 마무리된다.


춤과 영화가 퀵만 있어도, 슬로만 있어도 박자가 맞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누군가가 그랬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오래 달려야 하고 꾸준히 달려야 한다고.

난 그런 의미는 잘 모르겠다.

계속 같은 템포로 달리기만 하면 그게 재밌을까?

오래 달리고 꾸준히 달릴 줄 아는 사람도 좋은 인생을 사는 거지만,

퀵퀵-슬로하며 템포를 조절할 줄 아는,

쉴 때 쉬고 할 땐 하는 그런 인생이 더 좋은 인생 아닐까?


내게 마라톤이란,

습습-후우 하는 숨의 템포를 맞추는 기나긴 작업이다.

그렇게 템포를 맞춰나가면,

삶의 어느 순간에는 퀵퀵-슬로 하는 [쉘 위 댄스]의 춤들처럼, 예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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