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그릇의 크기

위 사진은 그 유명한 와르르 맨션

by coldhail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그릇은 타고나는 것이라 믿었다.

그 크기가 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 리더의 재목은 어딘가에 따로 있을 거라 생각했다.

현재도 그렇다. 세상을 움켜쥘 기린아들은 새싹부터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추가된 믿음이 있는데(나와 주변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그건 바로 마음속 그릇을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릇을 깨는 것이다.

그릇을 깨고 붙이는 그 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의 두께만큼 내 그릇이 커진다.

나는 타고난 소인배라 그릇이 자주 깨진다. 하도 자주 깨지다 보니 그릇이 깨지는 이유와 실제 상황을 머릿속에서 2x2 형태의 매트릭스 형태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까지 생각했냐 하면, 나는 내 그릇이 깨지면 정신을 못 차리고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슬럼프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릇은 나에게 있어 나의 생각 창고 같은 개념이다. 나를 사용하려면 나는 나의 생각 창고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깨지고 효율적으로 붙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만든 거다.

여기서는 상황인식-해답제시-도표만들기의 순서로 가보겠다.


1. 상황인식


(부끄럽지만) 나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면,

1. 안에서 깨지는 경우와

2. 밖에서 깨뜨려지는 경우가 있다.


1. 보통, 안에서 깨지는 경우는 그릇에 물이 용량보다 크게 담겼을 때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한 사랑(혹은 원망) 같은 감정들이 나를 휩쌀 때에, 내 그릇은 폭발해버린다.

자꾸만 그 사람 생각이 나고, 자꾸만 그 일이 생각이 난다. 그러면 나는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때로는 기쁠 때가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나를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를테면, 내가 짝사랑하는 상대의 행동들을 확대 해석한다던가 (쟤도 나를 좋아하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지금은 긍정적 감정의 예를 들었지만 부정적인 감정일 때는 사태가 심각하다. 저 사람도 나를 욕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상상 속에서 상대방을 때리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두 감정은 모두(서로 섞이거나) 충분할 때에 나에게 도움이 되지, 내 그릇을 넘어가는 크기로 불어나버리면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2. 다음은 밖에서 깨지는 경우인데, 외부적인 환경 때문이다.

빚에 대한 이야기 혹은 촉박한 시간 등등..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굉장히 많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참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감정들이 시작되는 환경들은 대부분 당장은 해결할 수 없고 순응해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내 감정은 이 환경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은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부터 내 그릇의 외벽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말했다. "만약 편하다면, 당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라고. 그런데 나는 내리막길을 걷는 것을 알고 있고, 마음도 매우 불편하다. 나도 그런 편한 내리막길 좀 걸어보고 싶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만 있느냐? 아니다. 긍정적인 환경 때문에도 그릇이 꺠진다. 모두가 나를 우쭈쭈 해주는 상황이라던가, 나를 기대감에 부풀게 하는 이야기들도 나의 그릇을 깬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을 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꼭 좋은 타이밍에 초치는 애가 있는데, 그게 나다.


(그럼 깨진걸 어떻게 붙이는지에 대해 써놓기 이전에, 안 깨지면 안 되냐는 내면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안된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깨질 수밖에 없다. 소인배로 태어나서 소인배로 살고 싶더라도 그릇은 깨질 것이다. 왜냐면 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2. 해답제시


내가 조각을 붙이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answer

(안에서 깨진 경우) 내가 사실이라 믿고 있는 이 감정(생각)들을 배제(또는 인정)한다.

쉽다. 배제한다. 사람이 생각난다면 나는 차단이나 계정 삭제를 한다. 상황이 생각난다면,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이불 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냥 인정한다. 내가 지질했다고 그때. 상대방에게 사과가 필요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여기서 나를 위한 변명을 한다면, 나는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더 오래 걸리게 된다. 또는 나를 위한 증거를 찾는다면, 그건 <찾고자 하면 보일 것이요, 믿고자 하면...> 정도지 않을까? 생각은 생각을 키워나간다는 점을 명심하자.


*나를 위한 예시

1. 나는 a가 좋다.(또는 좋다고 믿는다.)

1-a. 좋다고 인정하고 a에게 다가가 보자.

1-b. 그 정도는 아니다 싶으면 계정 삭제를 하자.


2. 나는 b가 싫다.(또는 싫다고 믿는다.)

2-a. 싫다고 인정하고 b를 배제하자.

2-b. 그 정도는 아니다 싶으면 솔직하게 b에게 불편한 점을 말해보자.


3. 나는 창피하다.

3-a. 사실은 나한테 아무도 신경안 쓰니까 그냥 하던 거나 하자.


2.- answer

(밖에서 깨진 경우) 내가 놓인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

나를 객관화해서 보는데, 실제로 객관화를 통해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또는 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으켜온 잘못들의 총합이 현재에 터진 경우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니까. 해결이 된다면 보통 하루 내로 해결할 수 있거나, 해결할 수 없어서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경우다.

빠른 상황 파악이 중요하고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더 큰 철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나를 위한 예시

1. 나는 두렵다.(또는 두렵다고 믿는다.)

1-a. 객관화를 해보자. 안 두렵다. 그냥 빨리 상황을 해제하자.

1-b. 객관화를 해보자. x 됐다? 그럼 미안하다고 하자. 누구한테든.


2. 나는 붕떴다.(또는 부었다고 믿는다.)

2-a. 객관화를 해보자. 믿을 만한 칭찬이군. 즐기자.

2-b. 객관화를 해보자. 엥? 무슨 소리야?. 귀 닫자.


3. 나는 실수를 했다.

3-a. 사실은 나한테 아무도 신경 안 써서 내가 잘못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과를 하자.

3-b.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


3.도표제시


<나를 위한 매트릭스>

그릇1.png 핵심은 빠른 상황 해제.


사실 오늘도 많이 깨졌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이 글도 내가 깨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구체적인 대응으로 나온 글이라는 걸 써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1. 나는 왜 딴짓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