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흡연자입니다.
하루에 한갑을 핍니다.
그것도 독한 말보로만 핍니다.
어떤이들은 좀 순한(?) 전자담배로 바꾸라하지만,
그 맛이 순하다 하여 만병(?)의 근원이 오천병(?)의 근원이 아닌바에야.
전 그냥 독한 담배를 피겠습니다.
전 금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아주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왜?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고민이 사라진 날, 제 삶은 심플해졌습니다.
매일 매일 한갑의 담배를 입에 달고 사니,
수많은 사회적 오염들이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왜?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구제역이 창궐할 때 소를 먹어도
조류독감이 위세를 떨칠 때 닭을 먹어도
전 별로 걱정스럽지 않았습니다.
왜?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담배를 핀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큰병을 앓은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건강에 무슨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분명 저의 몸도 어딘가 고장이 날터이고,
저도 분명 입원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때문은 아닐꺼라고 확신합니다.
분명히 담배가 원흉일것입니다.
왜?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그래서 전 미세먼지에도 호들갑을 떨지 않습니다.
어차피 제가 걸릴 병은 20년이 넘도록 차곡차곡 쌓아온
제 삶의 방식의 문제고, 제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제와서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돌린다고 해서
니코틴에 더렵혀진 제 폐가 청순해지는 것도 아니고,
더렵혀진 염통에 미세먼지 좀 더한다고 해도 결국은 도낀개낀...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불쾌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저의 때 늦은 호들갑이 주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제 정신겅간에 더 해롭기에
마치 숙명론을 믿는 어느 철학자의 냉소처럼, 눈처럼 하얀 담배연기를 뿌연 하늘에 내뿜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