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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꽈리 님

by 그루비

옆 레인의 꽈리 님(70대로 추정)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목소리가 화통하며 명랑쾌활하여 존재감이 진하다. 옆 레인은 우리 레인보다 수준이 높고, 꽈리 님 순번은 2번째다. 상급반에 올라온 뒤 오다가다 눈인사만 하던 시절, 끄트머리 순번에서 자유형 뺑뺑이를 돌고 헉헉대는 나를 보며 꽈리 님은 대뜸


“야! 너는 젊은(?) 애가 그렇게 힘들어하냐?”

(‘...네? 저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다짜고짜 반말이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조용히 낑낑대며 헤엄치는 나를 눈여겨봐주셨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 헤벌레 웃음이 번지는 것이, 우리 반 핵인싸 체육부장의 관심을 받은 극내향인 전학생의 기분이랄까.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반에선) 젊은 축에 속하지만 종종 ‘언니’ 회원님들보다 빌빌대고 작은 몸으로 어설프게 버둥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봄.


그렇게 나는 꽈리 님의 레이더에 포착되었고... 한번은 수업을 마치고 샤워하는데 마침 꽈리 님이 옆자리로 와서는


“오리발 끼니까 날아다니더라!”


하며 깔깔 웃으시었다. (...네? 제가요?) 오리발을 끼면 확실히 술술 잘 나가고 접영도 얼추 볼 만해지긴 하지만... 오리발과 맨발의 속도차가 다른 이들에 비해 큰 듯도 하지만... 아 그걸 또 언제 보셨데. (그리고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 거지?)


“아아 네. 아하하. (날아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오리발이 편해서... (방긋방긋)”


하루는 또 샤워를 하다 내 배를 가리키며


“야, 너는 배에 살이 하나도 없냐?”


고 하시어 당황한 나머지 어우 아니라고 그럴 리가 있냐고 어쩌고저쩌고, 팔뚝에도 (이것 좀 보세요) 살이 많아서 어쩌고저쩌고... 왜인지 변명하듯 말이 많아졌지만 꽈리 님은 듣는 둥 마는 둥 싱글거리는 것이, 뭔가 이 나이에 귀여움받는 건가 싶고...


지난 자유 수영 시간에는 느지막이 와서는


“야아, 오늘은 너 하는 걸 못 봤네?”

(아유. 꼭 그렇게 챙겨보지 않으셔도...)


하며 아쉬워하더니, 어제는 자유 수영 전 샤워실에서 만났는데 “안 빠지고 열심히 온다”며 기특해하고는 내 물안경에 친히 안티포그액을 뿌려 주었다. 자유 수영이니 수업 때보다 설렁설렁할 요량이었지만 잠시라도 쉴라치면 꽈리 님이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야, 젊은 애가 자꾸 쉬냐?” “야, 그만 쉬고 돌아!” 이렇게 다그치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수업 때보다 빡세게 돌고야 말았다. 아아, 관심받는 건 이토록 흐뭇하고도 신경 쓰이는 일이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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