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선생님이 바뀌었고, 새 회원들(40대 둘, 60대 둘)도 들어왔다. 덕분에 기존 회원들이 하나둘 빠져 썰렁해진 우리 레인은 북적이게 되었다. 매실 님도 다시 수업에 나온다. 전보다 띄엄띄엄 돌고 쉴 때가 더 많지만, 늘 그렇듯이 성실하게 출석한다. 모퉁이에서 제자리 뛰기 운동을 하는 매실 님을 보니 익숙한 평안함이 느껴진다.
새 선생님은 초급반 시절 몇 개월 배웠던 준쌤이다. 균형 잡힌 몸매에 온화한 인상, 부드러운 말씨로 찬찬히 가르치는 스타일. 이전에는 우리(깊은 풀-1, 2레인)보다 대체로 젊고 실력 있는 3, 4레인을 가르쳤는데, 준쌤에 대한 3, 4레인 회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들었다. 나 역시 초급반 시절 준쌤 덕분에 뺑뺑이를 조금씩 돌게 되었으므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수영을 잘하고픈 욕망이 크지 않은 탓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달라 흥미롭고 각각 배울 게 있어 좋다는 생각,
준쌤의 수업 첫날. 선생님은 역시 상냥하게 미소를 띠며 자유형 팔 동작을 자분자분 설명하고는, 천천히 두 바퀴씩 반복 연습하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목소리가 크고 빡센 운동(이런저런 발차기)을 넉살 좋게 시키던 도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준쌤은 기본기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우리 수준을 고려하여 무리하게 시키지 않는 편이어서, 개인적으로는 편안했다. 연로하신 구회원님들도 당연히 준쌤 수업을 좋아할 거라 짐작했다. (물론 내 취향은 근육질보다는 ‘가녀린 미소년’ 쪽이지만), 탄탄한 몸(특히 울뚝불뚝한 상완+전완근에 종종 눈길이 머문다...)에 인상도 좋고, 운동 강도도 적절하며, 친절한 선생님의 정석이라 할 만하니... 그런데 어쩐지 반응이 시큰둥했다. 머루 님과 냉이 님은 초급반을 가르치는 도쌤 쪽을 힐끔거리며 “우리랑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한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도쌤 수업 때는 “발차기 힘들어 죽겄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뭔가 생기가 도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운동 강도가 약해졌음에도 뭔가 심드렁한 표정이랄까. 당근 님은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이제 와서 자세를 그렇게 가르친들 뭐가 달라지겠냐며 푸념했고, 머루 님은 설명이 길어져 몇 바퀴 못 돈 게 아쉬운 눈치였다. 수업이 끝나고 달래 님은 판에 박힌 친절함, 이른바 영혼 없어 보이는 지도를 따분해했다는 다른 반 어르신의 평을 속닥거리기도 했다. 오오, 뜻밖의 반응이로군.
적어도 우리 반 구회원님들의 욕구는, 온화한 인상이나 친절하고 모범적인 수업보다는, (심지어 균형 잡힌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다 됐고, 농담이나 넉살, 변화무쌍한 진행, 설명보다는 냅다 돌기, 그리하여 50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혼을 쏙 뺴놓을 만한 ‘재미’인지도 몰랐다. 같은 수영장에 20년 넘게 다니다 보면 어쩜 그럴 만도...
한편 3, 4 레인에는 내가 처음 수영을 배웠던 모쌤(여성)이 배정되었는데, 3, 4레인 회원인 모범생 타입의 지인은 “자세를 잘 잡아 주던” 준쌤을 그리워했다. 그런가 하면 발랄한 모쌤은 이전에 지도했던 초급반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아 늘 왁자지껄했고. 이렇듯 선생님에 대한 취향이 사람마다 갈리니, 결국은 공평하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