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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tongue Oct 01. 2018

당뇨 특효약 '뉘반지기'를 아시나요

당뇨(diabetes)는 대표적인 성인병의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도 2017년 기준 환자 수가 280만 명을 넘어섰고, 국민건강보험에서 당뇨병에 지출하는 돈만 해도 한 해에 2조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 유병률이 27%에 달하고 있으니, 노인 4명 중에 한 명은 당뇨를 앓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워낙 흔히들 앓는 병이다 보니 ‘당뇨에 좋은 OOO’라는 참 다양한 건강법들이 많이 돌아 다니는데, 이건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뉘반지기를 아시나요?




뉘반지기는 다른 말로 반조(半租)라고도 하는 것으로 우리 전통 식생활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 환곡 제도를 언급할 때도 꽤나 빈번하게 등장하였던 것이고, 근현대시기에는 임오군란에서도 등장을 했었던 유서 깊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려 당뇨에도 좋다니, 조상님들의 지혜가 참 신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 이 뉘반지기라는 것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굉장히 단순하게 쌀에다 뭘 좀 섞은 겁니다. 쌀겨랑 쌀을 1:1로 섞으면 뉘반지기가 되고, 모래랑 쌀을 1:1로 섞으면 모래반지기가 됩니다. 이걸로 밥을 지으면 어떨까요? 같은 양을 먹어도 쌀이 반 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래나 쌀겨니까, 영양분도 절반입니다. 그래서 쌀밥을 먹을 때보다 혈당이 반 밖에 안 올라가게 되니 당연히 당뇨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출처 : 정부 정책공감 블로그


이런 식의 얘기를 들으면 궤변이라며 혀를 차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모래밥을 먹으면 당뇨에 좋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패한 조선 말기 민씨 외척들도 창고 관리자의 일탈이라는 핑계를 댔지, 모래가 섞인 쌀로 급료를 받은 군인들에게 그게 건강에 더 좋다는 식의 말은 양심적으로 못 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이것과 같은 이유로 당뇨에 좋다는 사기를 치는 식품이 있습니다. 바로 돼지감자입니다.




돼지감자(영어로는 Jerusalem artichoke)는 북미가 원산지인 뿌리 작물의 하나입니다. 감자나 고구마처럼 땅 속에 있는 돼지감자를 캐내어서 먹는 식인데, 이 돼지감자에는 감자나 고구마에는 없는 이 한 가지 있습니다. 돼지감자에는 녹말이나 전분처럼 소화가 잘 되는 탄수화물 대신 이눌린(Inulin)이라는 특이한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 대략 15-20%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감자


옳구나! 저 이눌린이라는 물질이 신묘한 효과를 내서 당뇨에 좋은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앞서 뉘반지기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쌀이랑 쌀겨가 반 씩 섞인 뉘반지기로 밥을 지으면, 똑같이 한 그릇을 먹어도 실은 쌀은 반 공기밖에 안 들어간 셈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거랑 비슷한 겁니다. 돼지감자를 한 덩이 먹으면 그 안에 20%는 ‘쌀겨’ 같은 이눌린이 들어있어서 배는 불러도 그만큼 영양분이 적어 혈당이 덜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이눌린이 당뇨에 좋은 특별한 성분인 것이 아니라, 그냥 소화가 안 되는 불순물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돼지감자를 먹어서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가능은 합니다. 대신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대신 돼지감자를 먹어야지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돼지감자가 좋다는 점은 소화가 안 되는 불순물(이눌린)이 많아서 영양분이 적다는 점이지, 무슨 영험한 효과를 내는 성분이 들어있어서가 아니거든요.


돼지감자에 많이 포함되어있는 이눌린


그런데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돼지감자 자체가 무슨 특정한 효과가 있다는 양 광고를 해서 착한 당뇨 환자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돼지감자가 냉하고 습한 기운을 북돋아줘서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둥, 돼지감자 분말을 물에 타서 같이 마시면 당뇨 수치가 훅 떨어진다는 둥, 돼지감자 끓인 물이 췌장 기능을 강화시켜준다는 둥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들로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죠. 어떤 사람은 이눌린이 '인슐린(Insulin)'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둘이 비슷한 물질인 양 호도하기까지 합니다. 너훈아는 모창이라도 잘 하지, 이건 오스트리아에서 캥거루 찾는 꼴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흰쌀밥 대신 현미를 는 것은 분명히 당뇨에 도움이 됩니다. 같은 양의 밥을 먹어도 도정이 덜 된 현미는 소화가 천천히 되고, 흰 쌀밥보다 당 수치를 천천히 올려주니까요. 그렇지만 이를 두고 쌀겨가 당뇨에 좋다며 그걸 가루를 내어먹고, 물을 끓여먹는 것은 바보같은 일입니다. 쌀겨에 특별한 성분이 있어서 좋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현미가 당뇨에 좋으니 쌀겨를 끓여서 물을 내어 먹으면 당뇨에 좋다는 식의 헛발질이 현재 돼지감자 열풍의 본질입니다.




당뇨 환자에 있어서 식이조절이나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검증된 당뇨약이 아니라, 특정 식품이나 이상한 약초를 통해 당뇨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사기입니다. 당뇨에 가장 좋은 것은 당뇨약이고, 이를 균형 잡힌 식이를 통해 보조하는 것이지 민간요법이 약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들이 본인들 건강에 대한 염려를 갖는 것을 이용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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