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고, 빠르고, 편리해서?
15일, 티쿤 일본법인 애드프린트가 1만 4천여 고객카드를 해킹당했다고 발표한 뒤, 매출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티쿤은 매출 감소가 20% 정도에 머문다면 어떻게든 회사를 수습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서 어리둥절합니다.
더군다나 사고 사실이 NHK,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미디어에 다 실렸고, 한때 '애드프린트'가 일본 야후 실시간 검색어 2위로까지 급부상했을 정도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은 아래표와 같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저는 큰 사고 이후에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던 건, 기존 손님들이 애드프린트보다 싸고 좋고, 편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안이 있었으면 당연히 떠났을 겁니다. 대안이 없다 보니 사고는 이미 난 거고 카드 대신 현금과 대인(代引) 등 카드 외 수단으로 구매했다고 여겨집니다.
기존 고객이 떠나지 않은 것은 이해될 수 있지만 매출이 는 이유는 이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매출이 조금씩 늘어난 건 발표 일주일 전부터인데 이 무렵 애드프린트보다 월등히 앞선 동종 업종의 그래픽사가 애드프린트와 똑같이 고객 카드정보 11만 건을 해킹당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때 그래픽 고객 중 일부가 애드프린트로 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규모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그래픽 해킹 피해 사실이 보도된 게 애드프린트 사고를 어느 정도 덜 심각하게 여기도록 만들어준 효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실시간 댓글 중 상당수가 '그래픽도 당하더니, 애드프린트도'였습니다. 면역 효과를 만들었다고 여겨집니다. 덕분에 그래픽을 알지만 애드프린트를 몰랐던 다수 고객에게 애드프린트를 알린 효과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유수 미디어를 통해 해킹당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애드프린트도 큰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줬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킹할 만큼 규모 있는 회사라는 인식이 심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해킹 사실이 보도된 날, 평소보다 세 배 가량 신규 고객이 늘었고, 그 이후에도 신규 가입고객이 늘어났습니다. 와보니 상품도 싸고, 좋고,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카드 외 수단으로 구매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잠자던 애드프린트 고객이 미디어를 통해서 소식을 듣고 다시 오지는 않았을까요? 와보니 그때보다 사이트가 엄청 발전한 것을 알게 되어서 구매한 것일까요?
시간이 지나고 분석을 더 해보면 좀 더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 확실한 것은 애드프린트와 계열 사이트들이, '싸고, 좋고,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던 게 고객 이탈을 막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여겨집니다.
사고 이후 실시간 댓글에는, '그래도 애드프린트는 문 닫으면 안 되는데....... 이 사이트 찾고 얼마나 좋았는데......' 라거나 '사고는 났지만 그래도 나는 이용할 거야' 하는 댓글도 드물지만 보였습니다. 이런 반응을 기존 고객들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고객에게 애드프린트는 싸고 좋은데다, 전화 잘 받고, 반품과 교환 잘 받아주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티쿤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대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 대응은 그래픽도 했고, 누구나 그렇게 하는 정도입니다. 저는 이게 매출을 유지하고 또는 오히려 증가시키는데 그다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