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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전언 333] 고통 그러나 전진

미안합니다 

시드니 설명회를 기분 좋게 치르고 돌아오자마자, tq-bottle.sg, adsticker.sg, tqoon.jp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법인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CEO로서 제일 하기 싫은 명령입니다. 


몇몇 구성원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어떤 일은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할 일도 있고, 또 어떤 일은 90% 이상 제가 책임질 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티쿤이 싱가포르 진출과 일본 종합몰 진출에서 실패한 것이고, 티쿤의 실패는 제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티쿤 전체 성공으로 제가 큰 칭송을 받은 것처럼 티쿤 실패는 제 책임입니다. 제 책임인데도 상처는 구성원이 받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다만, 여러분이 잘못했을 때 그다지 질책하고 비난하지 않았던 것처럼 저도 그렇게 대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금에 부담만 없다면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서너 개월 전, 회사가 더 이상 차입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그 보고에 바탕을 두고 적자 부문도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각각 다 의미 있고 시간이 가면 어쨌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보고 이후 시간이 지나도 자금흐름이 좋아지지 않는 걸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정밀 재검토를 지시한 결과, 현재 매출 수준으로는 앞으로 최대 5억 원 이상 현금이 더 부족하게 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로서는 최대 20억 원 이상 부족하게 됩니다. 


현재 티쿤 매출 수준에서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는 금액이긴 합니다. 매출 240억 원 규모에서 최대 20억 원 부족한 거고, 그 이후 급격히 개선되므로 이를 악물고 견디려면 견딜 수는 있습니다. 다만 너무 위험합니다. 그리고 전체가 겪는 고통이 너무 심해집니다. 어쩌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긴급 명령을 내렸습니다. 


웬만한 CEO는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CEO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사람을 그만두게 한 적이 없었다’는 CEO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고, 못합니다. 이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었는데 깊은 상처를 줘버렸습니다. 


‘나도 편하게 살기는 참 힘든 팔자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더 이상 차입 없이 운영할 수 있습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어쩌면 티쿤이 생기고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아니 제 인생에서 처음 듣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정반대 현실이 드러나고 긴급 결정을 내리기까지 며칠 동안 정말 우울했습니다. 말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기분도 정당하지는 못합니다. 전체를 보면 티쿤만큼 성장한 회사도 드물고, 또 지금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내년 되면 급격히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척 기분이 안 좋고, 또 힘듭니다. 


지금은 저도 잘 견뎌야 합니다. 이 고난이 저나 티쿤에 결코 나쁘지 않을 거고, 또 지금 큰 타격을 받는 분들에게 조차 이 일이 나쁘기만 한 게 아닐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저도, 또 어려움을 당한 분들도, 회사도 성장할 거리고 믿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믿음 위에 또 나가야 합니다. 


예측 

저조차 아주 싫어하는 비상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조직은 아주 오래 투자해야 할 일을 배제했습니다. 긴 투자 요인을 없앴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 약간 고통을 겪겠지만 그 이후 회사 재무 상태도 급격히 좋아질 겁니다. 여전히 환율이 변수입니다만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전제하면 그렇습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동안은 그런 사업을 잘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동경 영업소, 중국 법인, 그리고 플랫폼 사업이 그렇습니다. 특히 플랫폼 쪽은 지금도 계속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들 투자 덕분에 오늘 티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상당 기간 투자를 자제하고 현재 상황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해외 진출에서 협영 모델을 만든 건 참 다행입니다. 협영은 그저 우리 돈이 안 들어가서 다행인 게 아니라 해외 협영사도 비즈니스 주체가 될 수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마음껏 지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티쿤이 안정되는 게 협영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티쿤이 안정되어야 협영사를 잘 지원할 수 있고 협영의 열매를 협영사가 어떻게든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더 이상 재무 상태가 나빠질 요소를 차단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협영사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티쿤이 협영사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티쿤은 더 내실을 기하고, 협영사는 협영사대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한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투자할 일을 되도록 배제함으로써 일단은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것은, 지금까지 투자한 것도 우리로서는 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티쿤은 정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2008~2012년 환차익으로 번 돈을 다 투자했고, 플랫폼 개발에도 엄청나게 투자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실패한 것은 포기하고, 기 투자한 것을 보존하고, 열매를 거두는 쪽으로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집중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티쿤뿐 아니라 협영사들에게도 도움이 되게 하겠습니다. 


이용사 늘리기 

이익 안 나는 사업을 정리하고 종합몰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직영을 더 튼튼히 하고 이용사를 늘리는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직영은 스스로도 사업을 잘하므로 알아서 하도록 하고, 회사 전체는 이용사를 늘리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7월에 월 매출 6백만 엔 이상인 전상점(電商店)이 10개입니다. 직영 4개를 빼도 6개 전상점이 6백만 엔을 넘었습니다. L 전상점은 9백만 엔을 넘었고, A 전상점은 7백만 엔을 넘었습니다. 3백만 엔 이상 전상점이 16개, 1백만 엔 이상이 신기록인 24개입니다. 저는 정말 자랑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7월 총매출은 2억 8백만 엔인데 이중 이용사가 올린 매출은 7천2백만 엔으로 총매출의 34.7%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최근에 몇 사이트가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고, 또 유망 전상점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티쿤 직영 스티커 호주와 말레이시아향 판매자가 거의 정해졌습니다. 호주 출장 성과도 9월 혹은 10월에 나올 겁니다. 


이용사 매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더 빨리 늘어날 겁니다. 게다가 우리가 최근에 만든 ‘이용사 전상점을 다른 나라 판매자에게 분양하는 모델’은 정말 좋습니다. 호주 설명회가 뜨거웠던 것은 일본에서 잘 되고 있는 전상점과 상품을 주고 배송도 해줄 테니 호주에서는 팔기만 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분업과 협업이 절묘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호주 사는 한국 교민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 분업에 바탕을 둔 협업 모델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판매자를 모집하는 사업은 이제 시작인데 분위기가 확실히 좋습니다. 이 모델에 힘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할 게 거의 없고,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아주 좋습니다. 


당장 호주 이대원 대표께서는 호주에서 일본 교민에게 분양하겠다고 합니다. 막상 그렇게 생각해보니 호주의 일본 교민에게는 그냥 일본 사이트를 분양 받는 것뿐입니다. 즉 일본 아도프린트가 운영하는 일본어로 된 사이트를 분양받아 호주에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내용을 파악하기도 쉽고, 가격을 조사하기도 쉽고, 판단하기도 좋고, 의사소통도 아주 원활합니다. 되는 비즈니스는 어렵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 동력을 만들면서 발전합니다. 

이렇게 되면 티쿤을 이용해서 해외에 직판하는 판매자들에게도 원 소스 멀티채널이라는 황금 같은 기회가 저절로 생기게 됩니다. 이미 두어 군데 제안을 해봤는데 정말 좋아했습니다. 장사꾼에게는 물건 팔아주는 사람이 귀인입니다. 현재 한 나라에 판매하는 이용사가 다른 나라까지 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조차 싱가포르 나갈 때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그런데 타국에 판매자를 모집해서 판매자가 전상점을 여는 구조는 한결 쉽습니다. 어떻게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만큼 지금까지 구조보다 간단하고 편리합니다. 


이 사업 모델은 여러 모로 살펴봐도 유용합니다. 그리고 성과도 급속히 날 수 있고, 회사도 부담이 거의 없고, 해외 판매사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이 방식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방식은 이용사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걸 회사 전체가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놓고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가겠습니다 

전쟁 중에 아이가 태어나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상처 입은 분들에게 무척 미안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희망이 태어나는 걸 보고 있습니다. 


티쿤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이걸 저는 잊지 않겠습니다.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많은 상처를 줍니다. 그렇지만 일일이 다 갚지 못합니다. 대신 다음 사람에게라도 잘 갚겠습니다. 


티쿤은 한쪽을 중단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가야 합니다. 미안하다고 그 감정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합니다. 상중(喪中)에도 우리는 먹고, 슬픈 중에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평조직원은 잘못해도 미치는 피해 범위가 좁습니다. 간부 또는 CEO가 주는 피해는 심각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주의하겠습니다. 물론 아무리 주의해도 또 실수할 겁니다. 그렇지만 주의하다가 도전과 모험 정신까지 버리지는 않겠습니다. 도전하고 모험하면 실패는 늘 따라다닙니다. 그러므로 좀 더 신중하되, 그렇다고 기죽지 않게 잘 운영하겠습니다. 그게 상처를 준 분들에 대한 예의이고, 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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