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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공감, 기다림

[CEO전언 350]


화가 난 고객이 있습니다. 요즈음 직장인들은 이런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 신입 직원들조차도 잘 압니다. 특히 고객지원팀에 지원하는 입사지원자들은 너무 잘 압니다.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서 많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자신이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직접 체험학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주기입니다. 그것도 그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잘 들어주기=경청(傾聽)해주기’입니다. 들어주기와 잘 들어주기는 다릅니다. 들어주기는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듣는 것입니다. 잘 들어주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단계의 위치에서 들어주는 것입니다.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입니다. 화가 난 고객에게 첫 번째 취해야 하는 태도는 바로 경청입니다.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들어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우선은 그 사람의 의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을 받아주기입니다. 또 한 단계 높은 것은 그 사람이 말하려고 하지만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을 파악하면서 들어주기입니다. 세 번째 듣기 방법은 ‘맥락(脈絡) 듣기’라고 합니다. 


들어주기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잘 듣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잘 들으려면 잘 듣는 방법을 따라서 해야 합니다. 잘 듣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말 따라 하기’입니다. 


‘무슨 물건이 이 따위인가요?’

‘아 물건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군요’

‘인쇄물에 점 같은 게 있잖아요’

‘아, 인쇄물에 점 같은 게 있다는 거죠?’

‘매수도 부족하고’

‘매수까지 부족했군요’


따지지 말고 그냥 고객의 말을 따라 합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고객이 화를 누그러뜨리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물론 놀린다거나 비꼬는 것처럼 하면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인지를 본인도 계속 확인을 하는 과정입니다. 그럼으로써 고객으로 하여금 이쪽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애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도 무엇보다 먼저 상황 자체를 제대로 파악해나가는 것입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듣기 다음 단계는 공감(共感)하기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 손님에게 줘야 하는데 물건이 이 모양이니 짜증 나 죽겠어요’

‘정말 짜증 나시겠어요.’


짜증 난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화가 난다는 고객에게는 화가 난 고객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공감(共感)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화를 반 이상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능력 있는 고객 응대자는 손님이 흥분하거나 혹은 잘 몰라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까지 찾아서 문제점을 파악해냅니다. 즉 손님 말의 맥락을 잘 읽어서 문제를 파악해내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하는 것이 대안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겠습니까?’ 하고 고객에게 묻고,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당장 환불해주세요’

‘네, 환불해달라는 말씀이시죠? 네, 알겠습니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뭘 도와드릴까요?’


화가 난 고객에게는 대체로 ‘경청-공감-문제 해결’ 순서로 대처합니다.


이 고객응대법은 사실 인간관계론이 아주 잘 적용된 케이스입니다. 이 고객응대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방법을 배우자, 가족, 직장 동료에게 적용하면,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청(敬聽)하기

얼굴도 한번 안 본 고객이 하는 말을 우리는 잘 듣습니다. 정말 어떤 때는 말도 안 되고, 터무니없는 주장도 끈기를 가지고 들어줍니다. 그리고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 고객이 하는 말을 중간에 자르고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회사는 고객응대 담당들에게 절대로 고객의 말을 반박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것은 철칙입니다. 고객의 주장을 절대로 반박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돈벌이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참 천박해집니다. 고객응대법을 통해서 이런 원칙을 확립한 것은, 이 방법이야말로 화가 난 고객을 달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적대 고객을 우호 고객으로 만드는 수단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 기준입니다. 한 사람이 죽었을 때 장례식에 오는 평균 문상객은 대략 260명가량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시민 한 사람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오피니언 리더는 전혀 다르겠지만요. 마케팅 기법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입소문입니다. 소비자 구매 결정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바로 입소문입니다. 아는 사람의 권유는 초강력 구매 결정 촉진제입니다. 보통 사람 한 명도 최소한 260여 명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 고객 한 사람을 우호 고객으로 바꾸는 것은 바로 그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분석하지 않고도 아주 잘 압니다. 이미 주워들은 것이 너무 많고, 실생활에서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직장 동료와 말할 때는 전혀 이 원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고객은 솔직히 말해서 나 개인과 그다지 친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다시 볼 사람도 아닙니다. 고객이 불만을 터뜨린다고 해도 솔직히 회사가 타격을 입지 개인에게 그렇게 직접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런 고객이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끈기를 갖고 들어줍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배워서 압니다. 또 너무너무 잘 적용합니다.


그런데 하루 아홉 시간, 열 시간 얼굴을 보고 살고, 또 생활 터전을 같이 일구는 동료와 대화할 때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당연한 일일까요? 하긴 직장 동료보다 더 중요한 가족,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직장 동료에게 하는 것보다 더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이것 역시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경우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고객이야 한 번만 참고 지나면 그만이지만, 직장 동료나 가족, 배우자와는 늘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고객을 상대로 한 원리를 직장 동료와 가족에게 적용하는데 조금이라도 성공하면 확실히 관계는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직장 동료나 부하와 관계에서는 경청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대충 듣기, 말 자르기, 끼어들기, 반박하기, 심지어는 면박주기, 자기주장 내세우기 등등 고객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를 아주 자주 봅니다. 더 나아가서는 훈계하기, 가르치기 등등 정말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아주 쉽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매주 목요일마다 나눔을 합니다. 티쿤글로벌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나눔을 할 때는 나눔 가이드라인을 읽습니다. 나눔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끼어드는 말이나 충고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구절은 정말 중요합니다. 끼어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충고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입니까? 끼어들기와 충고가 상황을 진전시키기보다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나눔에 대해 어떤 분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나눔을 좋아하는 이유는 3분 동안, 혹은 5분 동안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큰 무게를 담은 말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요? 정말 우리는 직장 생활하면서 너무나 많은 반박을 당하고, 너무나 많은 충고를 듣고 삽니다. 


저는 이 회사 CEO입니다. 그리고 티쿤글로벌이 하는, ‘인터넷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 고객에게 직판’하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대체로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 저조차도 회사에서 반박을 받고, 충고를 듣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도 않고,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하고, 또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반박과 충고를 스스로 원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저의 이야기조차 제대로 집중해서 듣지 않는 경우를 참 많이 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CEO입니다. 그래도 이 분야에서는 권위자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경험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봅니다. 제가 이야기를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연구하기보다 일단 자기가 설정한 틀 안에 제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가서 재단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합니다. 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경청이 안 됩니다. 경청이 안 되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듣기입니다. 듣기만 잘해도 최고의 대화 상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카네기는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어느 날, 카네기가 파티에서 식물학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했습니다. 화초를 잘 키우는 법을 물었습니다. 학자가 대답했습니다. 카네기가 또 물었습니다. 학자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카네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이므로 계속 추임새만 넣었습니다. 두어 시간 그런 대화를 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학자는 다른 사람에게, ‘카네기가 지식이 풍부하고 교양이 많은 멋진 신사’라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사실 카네기는 식물 분야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응답만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학자는 카네기가 지식이 풍부하다고까지 칭찬을 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카네기가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끈기 있게 들어주는 것, 심지어는 터무니없는 말도 끈기를 가지고 들어주는 것, 여기서 경청이 시작되고, 인간관계가 시작됩니다. ‘끼어들기나 충고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냥 끈기를 가지고 집중해서 들어주는 데서 인간관계는 시작됩니다.


공감(共感)하기

들어줄 수 있으려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이 무엇입니까? 감정을 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감정을 같이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아버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었습니다. 그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오줌을 싸버렸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했을까요? 그분은 오줌 싼 딸을 붙잡고, 자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오줌을 싼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죄의식에서 즉시로 해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는 압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나 되면 오줌을 싸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창피하고, 놀림을 당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혹시 야단맞지나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아빠가 놀리지도 않고, 야단도 치지 않고, 자기도 그랬다고 고백을 합니다. 아이는 ‘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구나!’ 하고 안심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자기를 보호한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장 오줌을 안 싸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한 일입니다.


저도 이것을 적용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아이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습니다. 1년을 미국 가정에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당연히 외로웠겠지요. 한밤중에 제게 전화를 합니다. ‘아빠! 외로워’ 저는 그때 이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그래? 힘들겠지. 외롭기도 할 거다. 아빠도 안다. 아빠도 할머니 떠나서 큰 어머니 집에 살 때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또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힘들더라. 큰 어머니 밑에서도 힘들었는데 너는 얼마나 힘들겠냐? 너 마음 안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그런 과정을 참 많이 겪었는데, 아이는 그때 공감받았던 것을 확실히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즈음 청소년 부모는 아이가 게임하는 것 때문에 참 많이 다툽니다. 그런데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뜻밖에도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모도 같이 참여해서 게임을 하는 것. 동류(同類)가 되는 것이 아이로 하여금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첫 단계라고 합니다. 결국 공감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끈기를 갖고 경청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 공감도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요령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냥 공감받고 싶을 때가 참 많습니다. 꼭 도움을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내 마음을 이해나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물을 끼얹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일 정말 힘들어

안 힘든 사람 누가 있냐? 다 그렇지.

(그냥 한 말이야 제발 충고 좀 하지 말아라)


물건이 왜 아직 안 팔리지?

올린 지 얼마 되었다고 그러세요.

(나도 안다. 아직 때가 안 된 것 나도 알아.)


그 친구 잘 배우고 있나요?

벌써 알겠어요? 좀 지나 봐야 알지.

(그렇겠지. 좀 지나 봐야 알겠지? 나는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부장,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개XX.

그보다 더한 놈도 많아. 그냥 참아.

(더 한 놈도 많겠지. 그렇지만 그 놈들은 내 눈에 안 보이는 놈들이고, 부장은 내 눈앞에 있고, 당장 내일도 봐야 하는 놈이라고.)


공감 나누기 교과서에는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 혹은 죽고 싶은 마음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칩니다.


‘엄마, 정말 죽고 싶어’

‘그런 말 하면 못써’


공감 교과서에는 빵점 짜리 응대라고 나옵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것은 애도 압니다. 그만큼 힘들구나 하고 받아주면 되는데 굳이 아는 척하고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것이 애에게는 더 낫습니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비일비재 정도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화는 감정을 받아들이기보다 감정 무시, 감정 거부, 훈계, 충고로 점철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인간 행동론에서는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의 70% 이상이 감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감정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화가 나서, 우울해서, 불쾌해서, 기뻐서, 슬퍼서, 즐거워서 뜻밖의 결정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중요한 협상은 꼭 좋은 분위기 식당에서 합니다.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면 협상이 잘 진척되기 때문입니다. 긴장이 필요한 협상을 할 때는 상대가 주는 물과 커피조차 거부하고 협상부터 합니다. 다 분위기에 지배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다음 단계입니다. 끈기를 가지고 잘 들어주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같이 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고객응대에서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화가 난 고객이 하는 말을 끈기 있게 듣고, 또 화가 난 감정을 우리는 받아줍니다. 공감하는 과정입니다. 고객 응대에서는 참 잘하는데 직장 동료들에게도 잘할까요?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경청과 공감 다음 과정입니다. 어떤 면에서든 문제 해결은 경청과 공감 다음입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원리가 하나 담겨 있습니다. 문제 해결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가르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훈계하기를 좋아합니다. 충고하기를 좋아합니다. 또 반박합니다. 반대의견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 하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바보들입니다. 자기 아는 것을 열심히 이야기하면 이미 다 아는 것을 복습하는 것이니까 새로 얻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정리는 좀 되겠지만요. 그렇지만 듣는 사람은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새로운 지식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사람들은 반대의견을 내면 똑똑한 줄 압니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안 그렀던데’, ‘아닌데’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심지어는 비판적 검토를 자기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정신은 참 좋습니다만, 항상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기나 제대로 살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것 역시도 교만한 마음인지 모릅니다. 


저는 휴대폰 바탕화면에 ‘질문하기, 인재제일’ 이렇게 써가지고 다녔습니다. 저는 집안 행사에서 조카들 만나도 제 얘기를 거의 안 합니다. 그래서 나이 든 조카들조차 제가 하는 일을 어렴풋이 만 알 뿐 잘 모릅니다. 이 녀석들조차 지 이야기하기 바쁘지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조카들 만나면 계속 질문을 합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회사 뭐 타고 가니?, 몇 시간 걸리니?, 점심은 주로 뭘 먹니?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조카들 만나면 정말 그 아이가 어떻게 사는지 알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영업을 잘한다는 조카에게는 영업 어떻게 하면 잘하니? 하고 질문을 계속합니다. 


조카들은 저를 참 좋아합니다. 다른 어른들하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자기들 방으로 도망갑니다. 뻔합니다. 충고하고, 훈계하고, 아이들 삶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 자랑하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충고도, 훈계도 결국은 자기 잘났다는 말 외에 무슨 다른 이야기이겠습니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어른 눈높이에 맞추니까 지겨워지는 것입니다. 직장 다니는 30대 조카들조차 도망갑니다. 어른들이 질문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것보다 훈계할 거리, 잘난 척할 거리를 찾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조카들에게 질문을 하고 들어 보면 의외로 배울 게 많습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조카들도 말 시키면 정말 말 잘합니다. 신나서 말합니다.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다 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나는 입도 안 아프고 점수는 왕창 땁니다.


제 친구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남의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해해서 지식을 넓히려는 경우보다 자기 이야기하기에 급급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경청과 공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반대를 택합니다. 계속 질문하고, 이야기하게 합니다. 친구 녀석들 역시 오늘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주절주절 이야기합니다. 자랑하기 바쁩니다. 물론 저는 그 말속에서 소중한 가르침을 얻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배우기보다 가르치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들어줌으로써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르치려는 마음이 앞서서는 잘 안 통합니다. 모든 사람 마음속에는 ‘자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가르치려고 하면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상대편의 그 잘난 ‘자기’가 튀어나옵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듣는 과정 혹은 본을 보이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깨우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이 안 되는 만큼 충고도 사실은 소용이 없습니다.


반박하는 것은 무조건 손해 보는 짓입니다. 저는 좀 어처구니없는 의견이고, 내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될 수 있으면 그냥 반박하지 않고 놔둡니다. 놔두고 시간이 지나면 그 의견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눔 가이드라인에 ‘충고는 허락되지 않습니다’는 구절이 들어있는 이유입니다. 충고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충고가 허락되지 않는데, 가르침은 허락이 되겠습니까?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어서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어차피 깨우쳐줄 수 없고, 가르쳐줄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관계나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끈기를 갖고 듣고, 공감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꼭 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만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아주 쉽게 하는 실수가 고통에 빠진 사람을 대할 때입니다. 사업에 실패한 경우, 혹은 큰 병이 든 경우도 그렇고 작게는 실연에 빠진 친구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흔히 하는 실수가 충고하기입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마치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대는 그런 충고를 받거나 가르침을 받을 형편이 못 됩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제발 말 좀 그만하고, 가만히 옆에만 있어주는 것입니다. ‘울지 마.’ 이런 것도 다 쓸데없는 행동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밥 먹어.’ 참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힘들어할 때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사람, 이 사람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충고, 지시, 훈계가 오히려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해결이 됩니다.


고객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충고와 가르치기입니다. 사람들은 고객에게는 정말 잘합니다. 고객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직원은 제정신이 아닌 직원입니다. 진짜 유능한 직원은 고객 스스로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직원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그냥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원리는 직원들끼리도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틀린 것을 깨우쳐주면 사람들은 좋아할까요? 틀린 것을 깨우쳐줬을 때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성인군자입니다. 틀린 것을 깨우쳐주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저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 사람은 이미 된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틀렸다는 것을 깨우쳐주면 자존심 상해하고 고까워합니다. 나는 쿨하다고 하는 사람조차 자기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과정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을 가로막는 교만함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32세~35세 무렵 책을 두 권 썼습니다. 24세에도 한 권을 썼습니다. 24세 때 쓴 책은 내 주장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것이므로 별로 내세울 게 없습니다. 32세~35세 때 쓴 책은 첫 권이 7,500부가량, 둘째 권은 2천5백 부 가량 팔렸습니다. 이 책들은 정말 다른 책 베끼지 않고, 저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통 사회과학 서적을 출판할 경우 초판은 2천 부 혹은 많아야 3천 부 찍습니다. 그런데 두 권을 합쳐서 1만 부 가량을 팔았다면 대단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 내용 중에는 아직도 쓸모 있는 대목이 꽤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책 때문에 내 삶에 족쇄가 채워진 느낌을 받고, 어떤 면에서는 죄의식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들은 모두 진보 정치 운동의 방향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전혀 그 방면과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고 진보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도 있는데 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한 말을 전혀 책임지지도 못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가끔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 인생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잘난 척하고 한 말을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저는 그 이후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은 피합니다. 물론 CEO 기 때문에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쿤글로벌을 창립한 것은 제 판단을 믿고 밀은 것입니다. 최근에 한 것 가운데는 싱가포르 진출과 일본 종합몰 사업을 강하게 민 게 그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야 할 때는 합니다만, 대체로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제30~40대의 경험 때문에 저는 제 주장을 강하게 펴는 것을 될 수 있으면 피합니다. 그리고 상대편 의견을 일단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제가 여전히 주장을 강하게 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것은 제 본바탕의 나쁜 습관이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충고와 훈계는 스스로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합니다. 혹은 상대편을 한 수 아래로 보기 때문에 쉽게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내가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동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불완전할 뿐 아니라 그다지 성공한 사람은 못 됩니다. 진짜 성공했다면, 지금 이 시간에 티쿤글로벌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잘난 게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별로 잘난 것도 없는데 여전히 충고하고, 훈계합니다. 혹은 다른 사람 의견을 잘 듣지 못하고 반박부터 합니다. 다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는 마음이 의식 저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 아닐까요?


고객을 대할 때 우리는 교만함을 갖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한 마음을 가집니다. 고객이 황당한 주장을 할 때조차도 그 주장의 저변에 깔려있는 의견을 들으려는 맥락 듣기를 하기까지 합니다. 고객의 주장 속에 있는 좋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이 마음입니다. 우리가 고객보다 소중한 직장 동료, 그리고 가족에게 가져야 하는 마음은 바로 이 마음입니다.

내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설사 상대가 틀렸더라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것은 바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밀고 나가는 것을 조심하고, 상대가 틀렸더라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객보다는 직장 동료가 더 소중한 사람입니다. 직장 동료보다는 자식이 더 소중합니다. 자식보다는 배우자가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소중한 사람에게 덜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깊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경청-공감-기다리기가 잘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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