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쌈과 상어이빨

by 차가운와인


고갱이를 꼼꼼하게 제거한 호박잎을 포삭하게 찜기에 찌고 뚝배기에 끓여놓은 강된장을 국그릇에 조금 덜어 식탁에 올려놓는다. 너무 뜨거우면 호박잎에 싸 먹기 좋지 않아서다. 강된장은 호박잎 속 고갱이를 제거할 때 잘라둔 호박잎 줄기와 양파, 두부로 만들었다. 호박잎을 찔 때 너무 많이 익히면 잎이 무르고 식감도 좋지 않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적당히 익은 호박잎에 밥 반술을 얹고 그 위에 강된장을 듬뿍 올려 한 쌈 먹으니 역시 이 맛이다 싶다. 들어간 된장이 좀 부족한지 간이 약하다. 슴슴한 강된장도 좋지만 호박잎의 쌉싸함의 정도에 맞추기 위해 냉장고를 뒤져 갓김치와 파김치 그리고 고춧가루에 곶감을 넣어 무친 깻잎김치를 가져와서 번갈아 가며 쌈을 싸먹었다. 오랜만에 집밥 같은 집밥, 여름이 생각나는 저녁상이다.


어떤 상어는 7개의 치열에 50개가 넘는 치아를 가지고 있다. 제일 바깥 치열이 실제로 무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대기 중인 치아들이다. 상어는 죽을 때까지 이빨이 빠지고 또 새로 자란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상어는 평생 대략 5천 개의 이빨이 나고 빠진다.


몇 해전 스케일링을 하러 갔을 때 내 입속을 찡그리고 보던 초로의 치과의사는 몇 년 내로 틀니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면서 겁을 줬다. 너무 양치를 세게 해서, 혹은 잘못된 칫솔질이 원인이라고 했다. 8개의 임플란트를 권했고 비용은 약 천만 원이라고 했다. 나는 일곱 군데의 유명하다는 치과를 찾아다니며 곧 틀니를 해야 될지도 모를 내 입안을 공개했고 각기 다른 치료 계획 7가지와 각기 다른 예상 비용을 받아들었다.


소화가 잘 안되는 날이면 불규칙한 식사시간이나 직업상 급하게 먹어야 하는 환경 탓을 했었는데 지금은 부실한 치아 탓을 한다. 어금니 쪽 치주염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꼼꼼하게 잘게 꼭꼭 씹지 못해서 소화불량인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피부에 잡티가 생기거나 얼굴이 푸석하고 쳐지는 등 의 그저 보기 흉한 것 외에도 여러 건강상의 문제들을 야기한다. 엉덩이가 쳐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는 것만이라면 다행이지만 작게는 소화불량부터 시작해 각종 질병들이 7줄의 치열처럼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먹이를 잡 물고 잘 씹을 치아들이 아니라 나를 잡아먹으려 드는 것들.


​나는 호박잎 쌈을 맛있게 먹으면서 상어의 이빨이 내내 부러웠다. 호박잎 쌈은 소화가 잘 되겠지,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의 머리가 샥스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인간을 생태계의 삼각형 단계에 최상층에 위치시킨 사고방식은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한 것인가. 바닷가나 하천에 아무렇게나 낀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산소량이 얼마만큼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생태계는 위와 아래가 없는 편형의 원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그 원의 어딘가에 기생하듯 끼워져 있는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파괴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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