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꽃잎이 떨어진다.
아니
떨어지는 꽃잎이 때마침 부는 바람에 나린다고 말해야할까.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닥에 닿기까지,
바람은 살랑불고 잎은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그토록 짧은 시간이
어쩜 이토록 아름다울까 하며 다시 한번 하늘을 바라보는데
문득 바닥에 이미 떨어진 꽃잎은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슬프다.
모두가 꽃잎이었으나 그것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 그리고 떨어질 때만이 아름답다. 떨어진 꽃잎이 바닥에 닿아 쓸려나가고 썩어가는 것을 보는 건 힘들다.
쓰다만 지지부진한 단편소설같은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출근을 하고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또 하고
며칠 전 먹었던 똑같은 메뉴를 먹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그래서 그제가 어제같고 어제가 오늘같고, 또 내일은 오늘같을...
그래서야 어디 이 단편을 읽을 독자가 생길까. 그저 누구에게나 있는 지리한 이야기.
그런건 소설로 쓸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래도 로맨스라 할 만한 순간이 있었고, 나름 견딜만 했던 갈등구조도 있었단 거. 묵직한 카타르시스는 없었어도 이제 살았다 싶은 갈등의 해소 같은거.
결말이 궁금해 책장을 빨리 넘길만한 인생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싶다.
생활의 틈 속에 아까 걸으며 본 꽃잎을 생각해본다.
나는 떨어지는 꽃잎일까
꽃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일까.
어떤 때는 꽃잎이었고 또 어떤 때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바람으로 누군가의 꽃잎을 떨어뜨리고
계절은 나를 꽃잎처럼 떨어뜨렸을 단편소설의 한 페이지.
눈으로 대충 흘려 읽었을 한페이지처럼 넘어가는...
이른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