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람들이 불평할 때면 기회가 나타난다."
3년 전 말미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주, 마윈 회장의 연설문을 모은 책이에요. 제목은 <마윈, 내가 본 미래>으로, 단순히 중국 내에서 연설했던 것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전했던 연설문까지 다 엮은 책이여서 그의 확고한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그가 어떻게 미래를 바라보는가, 그 통찰력을 엿볼 수도 있어서 참 도전이 되는 글이더라구요.
사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저와 인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윈은 저를 확실히 모르지만 저는 확실히 그를 알아요. 네, 맞아요. 저희는 미묘한(?) 사이랍니다. 그런 미묘한 우리 둘 사이에 특별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 스토리에 앞서서 2014년 상반기의 제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릴게요.
저는 당시 한국에서 학부 4학년 학기를 등록하지 않고 중국 상하이로 6개월간 훅 날아옵니다. 한국에서 절친했던 친구가, 상하이에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둔 독일기업인 H기업에 대해 얘기를 하는거에요. 인사부 인재계발팀 인턴 자리에 공석이 하나 났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저는 지원을 해 합격,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 때의 6개월이 제가 현재 상하이에서 유학을 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중국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터닝포인트였어요.
당시 함께 일했던 또래 중국인 친구들은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 출신이자 상해에서 제일 좋은 복단대, 상해교통대 출신들이었는데, 이들에게서 저는 대단히 특별하면서도 요상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들, 자신감이 몸에 배여있었어요. 당시만해도 한국이 흔히 생각하는 중국은' 무언가 뒤쳐지고 무언가 어설프고 왠지 모르게 부족해보이는 나라'였는데 제가 보는 중국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저와 함께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 한명은 상해교통대 학부 졸업 후 미국 명문 스탠포드대에서 중국학을 석사로 전공하고 돌아온지 얼마 안된 친구였고, 또 한 친구는 복단대 철학과 졸업을 앞둔 친구였는데 역시나 미국 뉴욕의 콜럼비아대학교 석사 진학을 앞두고 있는 친구였어요.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 맨오른쪽이 곧 콜럼비아대 갈 친구였고, 그 옆이 스탠포드 출신이다.)
(Zhangjiang Hi-Tech Park, Shanghai. 출처:illuminantpartners)
게다가 저희 회사가 중국 본토에서도 중국의 '실리콘벨리'라고 칭하는 장지앙하이테크파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퀄컴이며 Dow등 잡지에서만 보던 글로벌 기업들이 즐기한 상황을 매일 출퇴근 길에 보면서 이런 인프라를 가진 중국이 참 부럽다라는 생각을 한두번 한게 아니였습니다. 동기 인턴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본인들은 이런 글로벌 기업들에서 대학 졸업 전에 평균 3번 정도 인턴을 경험한다고요. 그 때 저는, 중국을 아직도 제대로 못보고 무시하고만 있는 2014년 그 당시의 한국을 생각하며 아찔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거 정말 큰 일 났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했거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윈 회장이 여기에 불을 지폈어요. 그 해 가을인 9월에 전세계 최고 경제 중심지인 뉴욕에서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래킨 것입니다. 당시에 인터넷 기업으로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던 구글에 바로 뒤잇는 가치를 가지면서 그 존재감을 전세계적으로 떨쳤었죠. 그 때 전세계는 뉴욕 한복판을 주목하고 있었고, 모든 해외 유명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알리바바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떻게 이렇게 성장을 했는지, 향후 전망 등 분석 뉴스를 쏟아내면서 중국에 이런 회사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상하이에서 6개월 체류를 했던 2014년 상반기와, 알리바바가 IPO를 했던 2014년 9월을 경험한 한국의 2015년 상반기가 얼마나 달랐는지 말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일간지를 정기적을 구독을 했는데 주요 일간지 경제면에 실리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보게 되었어요. 알리바바부터 시작해서, 당시 알리바바와 함께 큰 성장을 하고 있었던 바이두, 텐센트에 대한 기사들도 연속적으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중국의 역사 기행과 인문학 기행 등에 편중되어 있었던 한국의 영상 컨텐츠도 중국의 경제와 사회에 대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룬 것들로 확장이 된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KBS에서 2015년 초에 방영한 <슈퍼차이나>입니다. 인구, 기업, 경제, 군사, 땅, 문화, 공산당 순으로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로드맵을 보여준 7부작 다큐멘터리인데 내용이 정말 깊어서 여러분께도 꼭 추천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한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대하는 방식이 확실히 달라진 것입니다.
(출처: KBS 슈퍼차이나)
하지만, 아직도 모자라고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중국이 IT, AI, 무인자동차, 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산업도 나오고 어느 분야는 이미 훨씬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어도 우리의 인식에는 너무나 강하게 중국을 저 뒤로 놓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우리가 무엇보다도 중국에 대한 제대로 시각이 바로 잡히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시각이 바로 잡혀야 중국의 현재 발전 상황을 제대로 보게 될 것이고 그래야 거기에 따라 우리도 산업별로 전략을 치밀하게 짜지 않을까요?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시각은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이 중국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진 못한 것만 같아 아쉬움이 참 큽니다. 그간 많이들 지적이 되온 부분이듯, 한국의 언론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 등의 언론을 통해서 재인용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00 언론사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이라는 구절이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만의 독립적인 시각을 갖추는 능력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만 같아 아쉬움 마음이 큽니다. 특히나 위에 언급한 나라들은 아무래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윈 회장의 책을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밑줄을 많이 긋고, 메모도 많이 한 듯합니다. 그의 연설문을 보면서 그가 기업가로서 어떻게 고객을 대하고 협력사를 대하며, 또 소속된 사회를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윈이 중국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어떻게 '기업의 기회'로 탈바꿈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있어서 여러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의 기업가정신, Entrepreneuruship이 변함없이 앞으로도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서방세계까지 지속적으로 전해져서 기업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게 되요.
책 안에 마윈 회장이 연설한 내용 중, 제가 인상 깊었던 구절을 아래에 나눕니다.
우리도 하루 빨리 저런 관점을 가진다면, 세상을 보는 통찰이 깊어질까요?
<마윈, 내가 본 미래>_제 2장_다음 10년. p.65
"중국에는 타오바오, 바이두 그리고 텐센트가 있으니 청년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없는 것일까?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회사가 이미 있으니 우리에게는 살아남을 길이 없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10년 전에 나 역시 빌 게이츠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했다. MS가 있으니 나에겐 기회가 없는 게 아닐까? 구글이 있으니 나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아니다. 기회는 도처에 있다. 인터넷이 있기에, 클라우드컴퓨팅이 있기에, 빅데이터가 있기에 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기회는 바로 사람들이 불평하는 곳에 있다. 나는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또 청년들에게 말한다. 중국에서 사람들이 불평할 때면 기회가 나타난다. 사람들의 불만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다. 만약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불평만 하면 어떠한 희망도 없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이 불평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 흥분된다. 기회가 있음을 보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