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이른 아침, 다시 한강으로 나섰다. 집에서 한강까지 나가는 길이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철교에 다다르자 망설이지 않고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오늘은 미사대교를 찍고 돌아오는 길에 국밥을 먹기로 했다. 12월 말의 한겨울이었다. 목에 워머를 고정하고 마스크를 귀에 걸었다.
오른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개가 하나 나온다. 고정기어 자전거로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오늘의 출발점은 그 고개 근처의 다리였다.
다리를 보자 다른 기억이 스쳤다. 어느 날, 혼자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전시 마감 시간이 촉박했고,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야 했다. 그 이후는 택시를 타야 하는 길이었다. 이상하게 자전거를 타고 싶어, 역 근처에서 따릉이를 빌려 탔다. 초여름의 뙤약볕 아래, 배달을 하며 벗겨진 살갗이 이제 막 차오르던 때였다. 전시장에 가장 늦게 들어가, 가장 늦게 나왔다. 바깥으로 나오자 눈앞에 하얀 돛 모양의 다리가 보였다. 조금 전 본 호크니의 작업이 눈앞의 풍경 위로 겹쳐졌다. 나는 그 다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한 번도 넘어가지 못한 이 다리를 넘으면 그 하얀 돛이 있을까. 돛을 올리듯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막에서는 페달이 무거웠다. 내 몸을 들어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다음 고개가 이어졌고, 낯선 길은 멈출 줄을 몰랐다. 멈춘 페달 위에 올라섰다. 온몸으로 누르며 체력을 쥐어짤 때쯤 멀리서 하얀 사선이 드러났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돛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지만, 고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속도가 붙었고, 이번에는 페달이 몸을 사정없이 밀어 올렸다. 어느 쪽도 쉽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잡고 속도를 눌렀다. 속도가 잦아들자 바람이 귀 옆을 스쳤고, 얼어붙은 겨울 풍경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자전거가 멈췄다. 나는 마른 들판에 자전거를 눕히고 그 옆에 누웠다. 머리 위로 청명한 푸른색의 겨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뒤, 옷에 붙은 마른 잎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페달을 굴리며 미사대교까지 나아갔다. 새로운 다리 앞에 자전거를 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 식사를 하러 갈 차례였다. 한강에서 거리로 빠져나와 자전거를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는 콩나물국밥. 솥에서 올라온 뜨거운 김이 시야를 가렸다. 손으로 테이블의 모서리를 더듬어 달걀을 깬 뒤, 솥에 넣었다. 한 숟갈을 밀어 넣자 따뜻함이 밀려 들어왔다. 그제야 얼마나 추웠는지를 알았다.
밥집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의 해는 이제 막 지고 있었다. 양쪽에서 하나의 점으로 뻗어 오른 사선의 돛은 해를 뒤에 두고 검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항해선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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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 산 물 건너 물I〉은 각 회차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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