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향수집가 Oct 16. 2023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작 추천

영화 <너와 나>, <삼식이는 울지 않는다>, <수능을 치려면>


주황빛 노을이 사라지고 여름밤의 장막이 내림과 함께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 강원도의 바다 마을 초등학교에서 개최되는 밤하늘 아래의 영화제. 피어오르는 새하얀 쑥불 연기 속 영화제를 즐기는 평화로운 사람들의 웃음소리.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여름날의 낭만이다. 그런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는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


좌 :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작 시간표 (C) Jeongdongjin Independent Film Festival / 우 : 추천작 포스터 및 스틸컷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상영작은 전년도 하반기부터 해당 연도 상반기 동안 제작된 한국 독립영화이다. 극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한국의 독립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에는 총 22개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중에서도 08.09.(금), 08.10.(토)에 상영된 작품을 감상하고 난 후 다음과 같은 작품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영화제 트레일러

https://youtu.be/8AoVO8TOvsQ


하지만 상영작에 앞서 추천하고자 하는 작품은 바로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 트레일러’이다. 일반적인 행사 혹은 축제의 인트로 영상과 달리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떠오르는 효과음과 함께 시작된다. 고양이가 신으로 등장하는 1분 30초가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은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깜찍하기 그지없다.


매년 정용준 감독의 기여로 만들어진다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영화제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얼핏 보기에는 대충 만든 듯하지만, 영상이 주는 깜찍함은 모든 관객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 짧은 시간의 영상으로 모든 관객이 웃음을 터트리며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끔 한다. 바다 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어오르는 쑥불의 향기를 맡으며 어릴 적 캠프파이어를 추억하게끔 만드는 영화제의 시작으로 완벽하다.



상영작 추천 #1 <수능을 치려면>, 김선빈, 극, 2023, 27분 54초


영화 <수능을 치려면> 스틸컷


수능을 치러 간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본 상황. 그런데 우리가 수능을 칠 때는 좀비를 피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영화 <수능을 치려면> 속 배경은 좀비가 창궐한 시대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주인공인 여고생들은 학교 셔틀을 타고 수능을 치러 간다. 제아무리 농담으로 한국인은 태풍이 오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학교에 간다고 하지만, 좀비가 돌아다니는 상황에 수능을 보러 간다니. 게다가 중간에 작은 사고가 일어나 믿을 건 정말 어제 함께 등교하던 친구들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수능을 보러 가는 게 맞는 걸까?


‘매번 꾸는 꿈이 있다. 공부한 게 없는데 수능을 쳐야 하고, 면허가 없는데 운전을 해야만 하는 꿈이다. 나를 무섭게 하는 그것들을 보란 듯이 들이받고 싶었다.’

- 영화 <수능을 치려면> 김선빈 감독의 연출 의도



 상영작 추천 #2 <삼식이는 울지 않는다>, 제정모, 극, 2023, 34분 11초

영화 <삼식이는 울지 않는다> 스틸컷


IMF 시대에 태어난 내게 있어 아버지는 집안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자, 늘 바삐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평일 낮에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그만큼 어색한 일도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지난 몇십 년간의 사회생활을 버텨온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해 온 아버지는 은퇴 후 어떤 삶을 사실까’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영화 <삼식이는 울지 않는다> 속 주인공인 63살 종칠은 정년퇴직 이후 정수기 엔지니어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종칠은 공무원으로 몇십 년을 올바르고 정직하게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일해왔다. 하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새 직장에서의 성과를 위해서는 그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더는 일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몸을 가만히 놀리고 싶지도 않다. 그게 아버지인 걸까.



상영작 추천 #3 <너와 나>, 조현철, 극, 2022, 118분

영화 <너와 나> 포스터와 스틸컷


영화 <너와 나>는 본 영화제 상영작 추천을 쓰게 된 계기이자, 추천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고도 망설여졌던 이유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좋을까.’ 오랜 고민을 거친 후 내린 결정은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많은 정보를 모호하게 유지한 채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아무런 특별한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그립고도 아린 소중한 감정을 다른 관객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간단히 추천사를 적어보자면 <너와 나>는 우정이자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자,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일상의 단편을 담은 영화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짜증 나게 사랑스럽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무치게 그립고 아려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는 2023.10.25. 개봉을 앞둔 영화 <너와 나>가 전하는 이야기를 부디 많은 관객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천사가 조심스러웠던 것처럼 감독과 제작진 또한 영화를 매우 조심스럽고도 소중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만들었으리라 생각된다.




# The End ?

영화 <너와 나> 배우들이 준비한 공연 / 좌 : (C) Jeongdongjin Independent Film Festival, 우 : 자체 촬영 ((C) Soobeen Cho)


영화 <너와 나>의 상영 이후에는 배우들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찍은 듯한 캠코더 영상과 함께 한 배우들의 노래와 기타 소리는 달빛과 어우러져 영화제의 밤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정동진에서의 영화제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고, 발랄함과 아련함을 모두 느끼게 만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의 중순, 겨울의 초입에서 돌아보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지난 2023년의 여름 그 자체이다. 영화에 담긴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여러 삶과 이야기를 감상했던 그 여름날의 우리 또한 영화 같은 한 장면 속에서 함께 했다.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 후기 #1] 그날의 정동진, 여름이었다

https://brunch.co.kr/@collectormemo/15


[2023 정동진독립영화제 후기 #2] 그 영화제만의 낭만과 매력

https://brunch.co.kr/@collectormemo/16




정동진독립영화제 Jeongdongjin Independent Film Festival

주최  강릉씨네마떼끄

주관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http://jiff.kr/

매거진의 이전글 정동진독립영화제, 그만의 낭만과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