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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Dec 05. 2021

출간 제안이 들어왔다.

 블로그에 있는 글에 댓글이 달렸다. 내시경실 간호사의 진짜 실무 팁이라는 콘셉트로 책을 내자는 것이었다. 이 출판사에는 중환자, 심혈관, 외과, 수술실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신규 간호사를 위한 서적들이 많이 있었고 원론적인 내용이 아닌 직접적이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팁을 기획 출판을 통해 간호사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책들은 프리셉터가 신규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책마다 느낌이 달랐다. 파트와 분야가 달라서 이겠지만 원론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책이 있는 반면에 임상에 유용한 팁과 설명으로 구성된 책들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제안을 준 드림 널스에서 출판한 책들을 빌려서 읽어 보았고 동일한 콘셉트의 시리즈 책들도 구해서 읽어 보았지만 상당히 고민이 되었다.

 

 우선 내가 책을 쓸 만큼의 지식이 갖춰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경력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동과 PA를 거쳐서 지금은 내시경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나보다 경력이 더 많은 사람도 많고 뛰어난 사람도 많다. 내가 배운 지식은 프리셉터와 내시경실의 콘퍼런스 및 학회에서 나온 것인데 내가 그들을 대표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오버해버리면 누가 책을 쓰겠냐 반문할 수 있지만 그만큼 부담이 되었다. 우선 댓글을 준 출판사 대표분에게 이러한 사실과 경력에 대해 말씀드렸고 저자로 부족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내심 부담은 되고 있었다. 공동 저자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께 공동 저자로 같이 해볼 생각이 있냐고 말씀을 드렸다. 복부 압박법과 시술시 필요한 팁을 포함해서 내시경실에서 하고 있는 내 행동의 대부분은 선생님에게 배웠고 내시경실의 교육팀장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선생님에게 나온 것과 다름없었다. 6개월 가까운 제작 기간과 2주마다 피드백을 해가며 책을 쓰는 일은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생님도 아직은 답변을 주진 않았다.



 코로나 덕분에 학회도 열리지 않았고 덕분에 공부를 합법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책을 쓰면서 공부를 하며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블로그나 브런치엔 직접적인 내시경 팁이나 설명 같은 것은 올린 적은 없다. forcep과 snare 사용법, clipping 방법, 약물의 실질적인 사용, bleeding control의 기준과 방법, 시술시 위의 방향에 따른 내시경의 토크, ERCP 액세서리 준비 등 같이 토론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면 수십 가지는 된다. 이런 내시경실 간호사가 알아야 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알아 갈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삼성서울병원의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님이 운영하는 endo today에서 정보를 얻어야 할 만큼 간호사들은 내시경 팁을 얻는 공간이 부족하다. 콘퍼런스나 학회에서도 지엽적인 부분과 스킬적인 부분에 대해선 크게 언급하지 않으며 다뤄야 할 주제 또한 넘쳐나기 때문에 세부적인 스킬과 정보를 얻는 것은 부족한 것이다.


 만약 책을 쓰게 된다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 가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내시경실에서 내가 하는 행위 전부를 피드백을 해달라며 선생님들을 귀찮게 굴었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피드백을 받지 않는다. 예전처럼 선생님들의 권유나 충고를 전부 수용하진 않고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만 적어두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이번 제안은 큰 기회가 된 것 같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함께 같이 성장하고 공유하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아 고생길이 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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