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by 돌돌이

세상은 불공평하고 차별로 가득 차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다는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는 이야기도 그 한 예다. 누울 공간이 전부인 고시원에서 사는 인생도 있고 수백억을 호가하는 대저택에서 여유를 누리는 삶도 있다. 내가 어느 계층과 수준에 있더라도 불만은 생기고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지금은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주변 친구들이 럭셔리하게 보낸 휴가 영상과 사진도 수시로 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더 쉽게 엿보는 만큼, 내 삶을 더 비루하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집장만은 점점 멀어져 가고 물가는 한없이 뛰는데 월급은 큰 변화가 없는 우리들의 비애는 점점 커진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 많이 남았고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관점을 타인이 아닌 나로 바꿔야 한다.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이 아니라 타인이 바라고 원하는 삶이 내가 바라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다. 물론 내가 되고 싶고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은 사회화를 통해 축적되어 온 것이지만, 이제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주체가 남이 되어선 매 순간 허덕이는 삶을 살 테니까.


나 또한 남들만큼 사는 것이 목표였고 어렸을 때 세운 목표의 1/10도 이루지 못했다. 내가 꿈꿔온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나름의 행복이 있고 내가 해온 선택의 누적분인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만족하고 있다. 남들의 삶과 비교해 보면 한없이 비루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롯이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 자부할 수 있다. 즐겁게 일할 수 직장이 있고 좋은 동료가 있으며 퇴근 후에는 아들과 아내가 반기고 있다.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인상을 쓰면서 일어나지만 출근해서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KakaoTalk_20211219_224655372.jpg?type=w1 친구 결혼식 기타 반주 할 때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순간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이다. 물론 명품 시계를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 생각도 자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삶을 채우는 것들은 순간의 내 모습들이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기타를 쳤는데 손도 절고 실수도 많이 했다. 미안한 마음도 크지만 그만큼 기억도 많이 나고 생각도 많이 난다. 내가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순간의 모습들이지 내가 지금 소유한 것들이 아니다.


KakaoTalk_20211219_224655372_01.jpg?type=w1 인생 첫 멸치볶음


살면서 처음 만든 멸치볶음이다. 당당하게 글을 올렸고 옆에 일하고 있던 펠로우 선생님이 장난으로 댓글을 달았다. 일을 하기 전에 내가 만든 멸치를 자랑하면서 인스타에 올렸는데 손수 인스타를 깔고 로그인을 해서 악성 댓글을 단것이다.


KakaoTalk_20211219_224655372_02.jpg?type=w1 요즘 피드들


지금은 와이프와 아들 시우랑 함께한 순간들이 많다. 인스타에 자주 사진을 올리진 않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고 시우가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을 보고 피아노를 연습한다면서 종이 피아노를 그려서 손으로 두드리는 게 행복인 것이다. 3년 전, 살이 찌기 전 사진을 보면서 한탄도 하고 여름휴가 때 갔었던 독채 펜션을 그리워하며 자랑하는 것이 내 삶이다. 난 지금의 행복을 몸소 느끼며 살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다. 지금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미래는 더 아름다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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