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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는 고생길

by 돌돌이

금요일 퇴근 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청천병력 같은 문자였다. 그 넓은 식당에서 동선이 어떻게 겹쳤는지 모르겠지만 점심 식사에 5분 정도 소비를 하는 내가 겪은 주말의 고통은 참혹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출근을 하기 위해선 토요일에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간 것이다. 지금까지 총 4번의 검사를 받았는데 할 때마다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병원에서 하는 검사는 상대적으로 웨이팅이 짧았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보건소에서 하는 검사는 기다림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올해 3월에도 검사를 위해 평일 오전 시간에 보건소를 방문했었고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던 것 같다. 오늘도 그 정도 걸리겠거니 생각하며 채비를 했다.



오늘은 서구 보건소를 방문했는데 보이는 인원 보다 3배는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근처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줄을 섰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매섭게 불어서 건물이 없는 대기 장소를 지날 때면 몸을 더 움츠리고 추위를 버텨냈다.



체감온도는 -7도. 바람이 불어선지 실제론 더 춥다고 느껴졌고 군 시절 이후에 이렇게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바람도 매섭고 추웠으며 모두들 힘들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리고 있는데 앞의 할아버지 한 분이 쓰러지셨다. 비명소리에 놀라서 가보니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었다. 119에 신고를 하고 보건소 직원을 부르라고 하고 난 할아버지의 벨트를 풀었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벗어서 덮어 주었다. 옆에 분들이 다리를 주물러 주며 보건소 직원이 가져온 핫팩을 흔들어서 뜨겁게 하기 위해 열심히 흔들었다. 옆에서 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빨리 인공호흡 좀 하라고 재촉하고 있었고 어떤 아주머니가 어색한 자세로 심폐소생술이랍시고 단순히 가슴을 문지르는 모습을 보고 나선 결국 한마디 해버렸다.


[이분 지금 의식 있으니까 뒤에서 인공호흡 하란 말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크게 이야기해버렸고 조용해졌다. 119가 도착하기 전에 할아버지는 정신을 차렸고 부축을 했지만 반말로 손 놓으라며 뿌리쳤다. 뇌혈관 쪽 문제일 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보건소 직원과 119 직원이 모셔갔고 그 이후의 결과는 잘 모르겠다. 옷을 벗어준 남성분과 다리를 주물러주시던 여성분의 용기와 헌신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들의 헌신과는 별개로 또 기다림의 시간은 시작됐다. 다행히 롱 코트에 모자가 달려있는 옷을 들고 왔지만 가볍게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이나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들은 호되게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이 추운 날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건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쓰러지고 발바닥이 파랗다 못해 보라색이 되어가는 맨발의 슬리퍼 남성의 고통은 어땠을까. 그리고 QR 체크인 검진은 서버 에러가 났기 때문에 전부 종이 문진표를 작성하란다. 체감온도 -7도에서 얼은 손으로 몇 안 되는 펜을 돌려가며 문진표를 작성하는 우리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기다리며 검사를 마친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물론 화도 내고 새치기하는 거 아니냐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며 겪는 고통에 비해선 큰 소란은 없었다. 다른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선생님은 한 시간을 기다리고 번호표를 받고 1시부터 다시 기다려야 했단다.


코로나 검사는 고생길을 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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