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정에서도 사랑을 넘치게 받고 사는 남자

by 돌돌이


KakaoTalk_20211219_215906391.jpg?type=w1 아내의 붉은 점


아내의 팔엔 하트가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하트 모양의 빨간 점이 손목에 있는데 색도 빨개서 그런지 눈에 띈다. 연애 때에도 손목에 있는 하트 모양의 점이 신기해서 자주 만지고 쳐다봤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고 했는데 추워지면 보라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추워지기 전에 내가 손을 잡아 주기 때문에 보라색은 본 적이 없지만 손목에 반점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 모양이 하트 모양이라 더 신기하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엔 하트가 항상 존재하고 있다.


KakaoTalk_20211219_215906391_04.jpg?type=w1 토리가 자는 모습


우리 집 고양이 토리가 자는 모습이다. 자기 맘대로 아무 데서나 자는데 잘 보면 자는 모습이 하트 모양이다. 내 눈엔 하트 모양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엔 하트로 보이지 않나 보다. 털갈이를 심하게 해서 미용을 했는데 제모를 하고 나서부터 더욱 따뜻한 공간을 찾아 나선다. 함께 사는 우리를 위해 희생을 해준 토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항상 느낀다. 나는 퇴근 후에 토리가 앉아있던 공간을 뺏어서 몸을 녹이기도 하며 토리를 난로처럼 안고 있을 때도 많다. 처음 토리가 우리 집에 왔을 땐 내 품에서 같이 잤었는데 지금은 자기가 자고 싶은 곳에 가서 잔다. 폭신하고 따뜻한 공간을 좋아하는데 내가 잠꼬대를 하며 토리를 몇 번 깨우고 나서부터 자려고 누우면 내 품 안으로 오지 않고 머리맡이나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함께 잔다. 대짜로 뻗어 잘 때도 있고 옆으로 뉘어 잘 때도 있지만 하트 모양으로 자는 모습이 제일 사랑스럽다.


KakaoTalk_20211219_215906391_03.jpg?type=w1 표시를 했는데 하트가?


이것은 시술할 부위를 marking(표시)를 한 사진인데 저 마킹한 테두리를 따라서 precut(표시한 테두리를 따라 자르는 것)을 한 뒤에 dissection(절개)를 시작한다. 중간의 빨간 부분은 암으로 진단된 병변 부위이고 파란색은 인디고 카민(지시약)이 뿌려진 모습인데 점막 부분의 요철을 채워서 병변과 정상 점막을 더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지나서 씻기고 중력 방향으로 흘러서 사진상엔 병변의 단차가 잘 표시 나진 않지만 병변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디고 카민이나 병변 부위나 시술의 순서가 아니라 테두리를 표시한 사진이 하트 모양이라는 것이다. 오늘 하트를 봤다며 보여 줬지만 아내는 냉정하게 한 마디 했다.


[어디 가서 이거 하트라며 이야기할 생각하지 말고, 오빠 사진첩 정리 좀 해]


나름 신기하다며 하트를 보여 줬지만 이걸 보고 신나하고 신기해할 사람은 내시경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부일 것이다. 확실히 내 폰의 사진첩은 시우 사진과 내시경 병변 사진으로 가득 차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은 붉고 빨간 점막들과 병변들 사진들에 기겁을 한다. 5cm이 넘는 mapping(제거된 병변을 처음 있었던 모양처럼 펴서 고정하는 일) 된 사진 들과 조직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내시경 사진들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다. 그때도 resection margin(절제면)이 하트 모양 같다고 아내에게 보여줬다가 징그럽다며 한소리를 들었다. 물론 내가 사이코 패스에 공감 능력이 제로인 남자는 아니다. 병변이 신기하게 하트 모양이라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하트를 발견했다.


KakaoTalk_20211219_215906391_02.jpg?type=preview966_544 아내의 콧구멍


아내의 콧구멍이 하트 모양이었던 것이다. 누워있는 그녀를 보다가 발견했는데 알게 모르게 매 순간 하트는 날 향해 있었다. 직장과 가정에서도 하트(사랑)을 넘치게 받고 사는 남자구나.


추신 : 모든 사진은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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