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토리

by 돌돌이

내 인생에는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여기까지 있게 해준 수많은 분들의 도움을 잊지 않도록 노력한다. 큰 문제 없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 부모님과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보통 자기 전이나, 멍하니 생각 없이 앉아 있을 때면 나에게 도움을 줬던 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했던 실수들도 떠오르기도 한다. 혼자서 웅얼거리기도 하며 이불킥을 곧잘 하는데 오늘도 지난날의 내 실수가 생각나서 생각에 빠져 누워있는데 발에 보드랍고 따뜻함이 느껴졌다.


KakaoTalk_20211226_213526788.jpg?type=w1 내 발을 베고 자는 토리


우리 집 고양이 토리가 대놓고 내 발을 베개 삼아 누운 것이다. 사실 침대가 폭신해서 우리 가족이 거실에 있을 때도 토리 혼자서 침대에서 잘 때도 있다. 침대에서 함께 같이 잤지만 시우가 오고 나서부터 잠은 거실에서 나와 함께 자고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침대에 대한 욕구는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낮잠을 자고 있으면 꼭 같이 와서 잔다. 사실 토리는 2020년 11월생이고 아직은 한참 우다다를 하며 놀 나이인 아깽이다. 그런데 시우가 와서부터 장난감과 짐들이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으며 그만큼 토리의 영역은 침범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리는 싫은 내색 없이 형의 모범을 보이며 의젓하게 행동하고 있다. 시우가 힘 조절을 못해서 토리를 세게 쓰다듬거나 꼬리 털을 잡을 때도 야옹 소리 한번, 하악질 한번 한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KakaoTalk_20211226_213526788_03.jpg?type=w1 토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시우


토리는 부산에 있는 랙돌 고양이 카페의 사장님에게 분양을 받아 왔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연애 때도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분양에 대해 의논을 했었고 새끼를 낳았을 때 연락을 받았다. 임신중인 와이프와 상의 끝에 입양하기로 마음먹었고 사장님에게 중성화를 한다는 조건으로 분양을 받아 왔다. 두 마리를 입양할 생각도 있었지만 토리 혼자서도 그 존재감은 충분했다. 함께 하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가족이 늘어서 기쁨도 늘었다. 밤에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잠을 깨우기도 하고 소파와 의자를 긁어 놓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감수한 일이었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불만은 없었다. 초반에 의자를 긁고 소파를 잠시 긁었지 어느 순간부터는 스크레쳐만 긁었고 이갈이를 할 때는 화분의 스투키를 깨물기도 했지만 우리를 깨물거나 할퀸 적은 없었다. 장난감에게만 손톱을 보이며 잡기 놀이를 할 때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긁힌 적은 있었지만.


KakaoTalk_20211226_221227249.jpg?type=w1 아깽이 시절 토리


처음 왔을 때 집안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경계를 하고 긴장을 하던 친구가 지금은 통로에서부터 집 아무 데서나 대짜로 뻗어자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내 발앞에 두고 놀아달라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내 발밑에 장난감이 최소 3개는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시우를 본다고 토리랑 놀아주는 시간이 줄었지만 토리는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당히 간식을 요구하며 간식을 꺼내는 곳 앞에 가서 야옹거리며, 종종 털을 빗겨달라며 털을 빗는 공간에서도 야옹거리며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나타내기도 한다. 분명 시우가 기어 다니며 자신을 잡으러 다니는 것에 대해 불만과 불평이 생겼을 텐데 그것에 대한 의사 표현은 하지 않고 양보해 주며 자리를 피한다.


고마운 토리야. 오늘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더 고마움을 느끼네. 원래는 간식 줄 시간이 아니지만 딱 하루만 츄르 간식 챙겨 줄게. 대신 이 시간에 간식 줬다고 내일 도 이 시간에 야옹거리며 츄르 달라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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