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렇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다. 병원에가서 PCR검사를 하고 왔고 결과는 오늘이나 내일 나오겠지만 양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선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과 와이프에게 피해를 입힐까 걱정이며 증상이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 일주일간 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때 격리했을 때처럼 컴퓨터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마스크를 쓰고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아내는 급구 반대하고 있다. 누구보다 아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과거 2주간 격리를 하는 동안엔 해야 할 일도 하고 기간에 알맞은 일거리도 들어왔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갔다.
우선 방치되어 있는 이방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우선 컴퓨터 책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먼지와 토리의 털, 과자 부스러기가 한가득이었다. 깔끔을 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 정리가 필수였다. 그 이후에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적어 보기 시작했다.
1. 기타 연습
2. 피아노 연습
3. 단편 소설 쓰기
4. 블로그에 자료정리
우선 피아노를 연습하고 기타도 다시 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사실 어느 정도 증상이 있었고 컨디션이 확실히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정을 취할 예정이지만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다. 밀린 논문을 써야 하는데 계속 미루기만 했으니 문헌검색이라도 좀 해야지. 단편소설 응모를 할 수 있게 일주일 안에 한편을 쓸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다 이뤄진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지켜지고 방향성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계획은 필요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틀만 생각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발표했었던 컨퍼런스 자료들도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데 컨퍼런스 용이기 때문에 사진과 영상의 저작권이 걱정되어 블로그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원론적인 것들만 간단하게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올해의 목표는 ERCP 관련해서 글을 더 쓰는 것이다. 생각보다 액세서리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고 기본적인 정보들만 있어서 사용법이랑 bile duct insertion 같이 cannulation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안 계신 P 교수님은 케뉼레이션이 되지 않으면 본인의 화를 참지 못하고 잠시 검사를 끊어가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공포에 떨며 시술에 참여 하긴 했지만 요즘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다.
과거 격리 당시 아내는 내가 보고 싶다며 문앞에서 울면서(?) 매 끼니마다 국을 포함한 7첩 반상에 간식까지 알뜰히 챙겨서 내방에 사식 넣듯이 넣어주었다. 덕분에 격리가 끝나고 나서 살이 3킬로 정도 쪘지만 지금은 정말 바뀌었다. 우선 화장실 말고는 문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라며 압박을 주고 있다. 아내는 다이어트용 한약과 샐러드를 샀고 나까지 덩달아 식이에 동참시켰다. 시우의 돌이 다가오고 스냅도 찍어야 하는데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란다. 문제는 아내가 살찐 거는 내가 찐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나니 살찌는 건 당연한 걸까? 헬스장도 가지 못하고 마냥 집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시켜 먹으니 이렇게 될 수밖에.
마스크를 벗고 시원하게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다. 아, 미세먼지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