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욕이 턱끝까지 나올 때도 있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다. 즐겁게 일하고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할 때도 있고 직장동료의 실수를 덮어쓸 때에는 표정관리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일을 그만두고 싶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뛰쳐나오고 싶은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우리 모두는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자신이 원해서 일을 하는 사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사람, 짬이 나서하는 사람 등. 우리 모두는 일을 한다. 생존을 위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더 큰 미래를 위해서… 저마다의 이유로 일을 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일을 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직장 동료를 보는 시간이 가족과 마주 하는 시간보다 더 많다. 간호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병원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하고 직장동료들이 어렸을 적 친구들보다 편할 때도 있다. 매번 로또가 되면 그 즉시 일을 때려치운다고 호기롭게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 이루어질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만약 로또가 되더라도 일은 계속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조금 더 여유로운 일을 하고 싶겠지.
우리 부모님과 부모님의 윗세대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궁금하다. 지금은 기계가 대신해 주고 AI와 로봇이 일을 대신해 주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주 6일을 일하고 일요일도 일을 하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표현을 해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은 부족하며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최소한으로 아주 검소하게 살면 상관없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다 조금 더 많이.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의 알람을 끄고 출근을 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매일 겪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정작 일을 할 때는 불편함과 힘듦을 느끼지 않지만 퇴근을 하고 출근을 하기 전까지 혹사당했던 내 몸과 마음은 내일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직장에서 죽을 둥 살 둥 일을 하는 사람, 마지못해 버티는 사람,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갈아 넣는 사람 등 우리 모두는 죽어야 끝나는 삶의 굴레 속에서 살아 나간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다. 서로의 행복과 불행을 알진 못하지만,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너도 힘들게 삶을 살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함께 해 나가고 있다는 그 믿음을. 오늘 하루도 탈없이 잘 보냈다고 안도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