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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경험담

by 돌돌이

노름, 모험, 손장난, 겜블링 등등. 도박을 대신하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나도 도박을 해본 적이 있으며 어제도 도박을 했다. 내가 살면서 했던 도박 경험담을 풀어 본다. 6년 전에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축하하고 마지막으로 우리끼리 여행을 하자며 동해안 일주를 계획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잡았고 펜션과 숙소를 예약해 두고 일정대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우습게도 주인공이었던 예비 신랑은 일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결국 나랑 다른 친구 둘이서만 가게 된 것이다. 숙소들을 미리 잡아 놨기 때문에 취소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태백시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갔다가, 물갈비를 먹은 뒤에 저녁에 강원랜드를 가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으며 입장료를 받는 것도 몰랐었다. 그리고 밤에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임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무료 음료수를 먹으며 입장료를 뽑고 있었다. 그 당시 수중엔 현금 3만 원이 있었는데, 친구가 슬롯머신을 하길래 옆에 앉아서 같이 했다.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게임 진행은 가능했으며 방법이 쉬우니 재미가 있었다. 친구는 자리를 바꿔가며 게임을 했었고 나는 친구가 끝날 때까지 계속 한자리에서 있었다. 1시간쯤 지나니 녀석은 20만 원이 넘는 돈을 탕진하고 돌아왔고, 나는 계속 게임 중이었다. 나는 돈을 따고 있는 것도 몰랐으며 그냥 게임이 계속되길래 버튼을 누를 뿐이었다. 게임을 끝내고 70만 원 가까이 환급받았으며 그대로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이러한 초심자의 행운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기에 도박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3월 6일! 이 글을 쓰는 전날 밤, 나는 다시 도박의 짜릿함을 맛보았다. 매주 로또를 사는 것은 내 루틴이다. 그리고 아내한테 로또가 당첨되면 무엇을 가지고 싶냐며 토요일 저녁마다 허풍을 부리는 것도 일상이었다. 투표를 하고 마트도 갔다 오고 시우랑 즐겁게 놀다 보니 로또를 살 시간을 놓친 것이다. 8시가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대로 로또 구매는 포기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로또 홈페이지에 긁는 복권도 팔고 있으니 그것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날 꼬시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로또를 살 오천 원으로 대신해서 긁는 복권을 구매했고 하나씩 긁어 나갔다. 천 원이 당첨되고, 이천 원이 당첨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도 덩달아 재밌어하며 우리는 서로 번갈아 가면서 복권을 마우스로 긁었다.



저렇게 오백만 원과 오억 원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얼마나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뭐 당연히 결과는 꽝이었지만, 아내와 함게 10분이 넘도록 복권을 긁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비록 내 오천 원은 사라져 버렸지만, 사람들이 왜 도박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천 원을 내고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데 얼마나 신날까? 대부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걸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이다.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에 대해선 애써 무시하면서, 지금 도박을 하고 있는 나는 당첨될 것이라는 합리화를 하며 도박에 임하는 것이었다. 5천 원을 탕진했지만 10분간은 신나고 즐거웠다. 이번 경험으로 인해 당분간 로또도 거리를 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너무 재밌어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겁이 난 것이다.


그래도, 지난주에 못 산 로또는 이번 주에 사도 되지 않을까? 아내 몰래 사야겠다. 이렇게 또 비밀이 생기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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