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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리뷰의 달콤한 유혹

by 돌돌이

코로나로 인한 격리로 주말 점심과 평일 저녁을 배달음식으로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잦아지고 나서도 이전처럼 시켜 먹고 있다. 습관이 무섭기도 하지만 만들어 먹는 것보다 맛있고 경제적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선지, 집 밥의 슴슴함이 어색해질 정도다. 사 먹거나 시켜 먹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하면 누군가는 아들을 봐줘야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함께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2인분 이상으로 만들어질(?) 때가 많은데 아내는 같은 음식을 끼니마다 먹는 것을 싫어한다.


음식은 만들어 먹긴 부담되고 매번 배달로 시켜 먹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 남은 선택지는 하나, 밀키트 였다. 사실 밀키트는 마트의 한 면을 채우고 있었지만 관심이 없으니 지나치기만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밀키트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돼버렸다. 색색의 밀키트를 보면서 환희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곱창전골, 김치찌개, 두루치기, 국밥, 부대찌개... 밀키트로 나와있는 제품들의 가짓수는 내가 알고 있는 음식 종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밥 같은 것은 집에서 만들기 어렵고 다른 음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기본적인 맛을 보장하고 있으며 많게는 3인이 즐길 수 있는 양이었다.


아내는 내가 만든 부대찌개 보다 밀키트의 맛이 훨씬 좋단다. 나름 백종원 레시피로 만들어도 나는 백종원이 아니고, 유수의 전문가 들이 머리를 싸매고 만든 밀키트를 비법 소스를 이길 수 없었다. 맛과 양, 질까지 만족시키는 밀키트에 굴복한지 오래. 주말마다 요리사였던(짜파게티 요리사) 나는 아내 몰래 녀석을 하나씩 데려온다. 문제는 밀키트도 요리의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나 보다. 우리 가족은 손님이 오거나 누군가에게 대접을 해야 할 때면, 밀키트를 사서 준비하곤 한다. 시판하는 밀키트는 특별히 모난 맛이 아니기 때문에 큰 만족을 주긴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불만을 가지기도 어렵고 정성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만족하고 있다.


일전에 블로그로 밀키트 협찬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밀키트 마니아(?)가 되어버렸지만 내가 선택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특정 목적을 가지고 취식하고 글을 올리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상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타입이지만, 맛없는 음식을 맛없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기도 했다. 제공받은 음식이나 제품이, 맛이 없고 불만족스러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제안도 그래서 거절하고 있다. 아내는 왜 거절하냐며 압박을 준다. 공짜로 먹은 음식을 맛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제품이나 제안들도 비슷하다. 내가 블로그에 종종 쓰는 리뷰들을 보면 불편한 점이나 아쉬운 점들이 꼭 들어있다. 세상이 블로그 리뷰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모든 점이 만족스러운 존재는 아내와 아들(?) 뿐이다.


P.S

하지만 밀키트가 아닌, 수영장이 딸린 키즈 풀빌라가 리뷰 서비스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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