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간 격리를 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간호와 생활을 돕기 위해 일주일간 연차를 써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총 16일간을 출근을 하지 않았더니 일하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 액세서리 카운트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게 된다. 함께 하는 선생님과 손발을 맞춰가며 할 예정이지만 보통 때보다 염려를 하고 있다. 일찍 가서 해야 할 시술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일반 검사실은 이렇게 부담을 가지진 않지만 시술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액세서리 마감이나 약물 정리 같은 것들 말이다. 굳이 연차가 있는 사람이 할 필요는 없지만, 여기 시스템은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인지, 특정 업무는 숙달된 간호사에게 맡긴다.
신규 때는 잠을 자기 싫었다. 그만큼 눈을 뜨고 출근을 해서 느끼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었다. 6시에 첫 라운딩을 시작하는데 인계와 준비를 위해선 4시 30분까지 출근을 했다. 차라리 나이트 근무가 더 좋았었다. 일은 한가득인데 일 못하는 닥터는 처방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엎었다. 전화 통화는 막내인 내가 받았어야 했다. 그때는 일 머리가 없기도 했고 매 순간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뿐이었다. 6개월이 지나고 나서부턴 크게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은 쉽지 않았고 외롭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때처럼 내일이 두렵거나 걱정되진 않는다. 대신, 일을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은 있다.
일도 일이지만 아내와 아들이 걱정이다. 아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아내에게 풀어낼 것이다. 아들에게도 아내에게도 힘든 시간이 오게 되는 것이다. 내 빈자리를 혼자서 독박으로 담당하기엔 코로나 증상도 아직 있는 아내에겐 힘든 시간일 테다. 아들이 아프고 난 뒤에 칭얼거림과 꼬장(?)도 심해졌기 때문에 돌보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 대본을 빙자한 글을 끝내고 생각하고 싶다. 공모전에 넣을 예정이지만 내가 쓴 것은 드라마 대본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주인공이 있고 대사가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재밌다. 5년 전에 쓰다가 만 글을 발견을 했는데 이렇게나 길게 썼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음 가는 대로 썼겠지만, 나름 진지했었나 보다. 글에도 나오지 않은 인물들의 이름들을 미리 적어 두기까지 한걸 보면. 남자 간호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과 밴드를 했다는 설정을 보니 내가 겪어온 일들을 고스란히 녹이고 싶었던 것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가까워서 드라마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물 사이의 갈등도 없고 그냥 있었던 일들을 나열할 뿐이었다. 남자 신규 간호사의 이야기와 미래가 없는 인디밴드의 모습이 전부였었다. 경험한 일들을 쓰다 보니 원초적인 표현도 많고 의학용어도 많았다. 실제 있는바를 그대로 쓰다 보니 생동감 있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사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데 재미없을 리가 있나. 그런데 글을 보면서 느껴지는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겠다.
현실을 살아내는 아픔을 느끼고 나니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