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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Apr 16. 2022

슬픈 선물 - 김장훈

김장훈이 딩고의 킬링 보이스에 나왔길래 끝까지 봤다. 김장훈의 많은 노래들을 듣고 따라 불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수 이외의 모습이 더 화제가 되고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잊고 지냈던 것이다. 딩고 킬링 보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은 원곡보다 음을 낮춰서 부르긴 했지만 김장훈 특유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분위기는 여전히 멋지고 좋았다. '숲튽훈' 이라며 본인의 feel대로 샤우팅을 하며 독특하게 부르던 모습이 화제가 되어 한동안 유행을 탄 적이 있었다. 혹여나 이번 라이브에서도 그렇게 부를까 봐 내심 긴장했지만 다행히(?)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혼잣말, 나와 같다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했었던 슬픈 선물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가사를 음미해 봐야지.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면 더 완벽한 곡이 된다.




다 끝난 일 인거니 이젠 돌이킬 수 없니


널 잃고 살아가야 하는 걸 나를 포기한다는 건데


잘 지내길 바란다는 그 말 왜 내게 한 거야


어떻게 너 없는 동안 내가 편히 지낼 수 있겠니


아직 다 못한 말이 천마디도 넘지만


이젠 다시 이젠 두 번 다신 생각하진 않을게



그녀(그)와 헤어져야 했나 보다. 아마도 그녀는 그에게 잘 지내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와의 만남을 마무리 한 것이다. 어른들의 사랑에선 충분히 상대방이 잘 되길 바랄 수도 있겠지만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그와 그녀를 앞에 두고 쿨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하는 그녀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나고 잘 지내길 바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자는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그녀의 존재는 나와 동일할 정도이기에 그녀를 잊기는 불가능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놓아 줄 수 있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위해서 이별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못한 말이 그렇게나 많아도 다시 생각하지 않을 거란다. 이 말이 거짓말인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선 충분히 가능하다. 정말 그녀를 사랑하니까.



다시 시작할 너에게 혹시 내가 짐이 된다면


모두다 지워버리면되 어렴풋한 기억하나 남아있지 않도록


훗날 내 곁에 누군가 우리 사일 궁금해하면


이젠 다 잊었단 말대신 처음부터 정말 나는


너를 모른다고 말 해줄께



 다시 시작할 너는 내가 짐이 되지 않도록 지워버리면 된다. 아주 하찮은 기억조차도 남아있지 않도록 지워버리면 된다. 우리의 사이를 궁금해하면 그냥 애초에 모르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잊었다는 말 대신에 처음부터 애초에 모르는 사이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 존재가 그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이렇게 그녀를 위해 사라지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연애를 하기 전임에도 이 노래를 얼마나 듣고 불렀는지 모른다. 이렇게 보내줘야 하는 것이 남자의 삶인가 하고 생각도 했었다. 세기말의 감성이 잘 녹아 있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오늘도 추억에 잠긴다.


없던 이별도 만들어 내는 노래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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