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김동현 지음

by 돌돌이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왔던 적이 있는 시각장애인 판사 김동현 씨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글이 담백하고 솔직해서 좋았다. 자신의 경험을 과감 없이 녹여 냈기 때문에 책도 잘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했었던 이야기들과 판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한 삶의 여정도 엿볼 수 있다. 본인은 덤덤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장애는 불편한 상태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이지 극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의 말엔 울림이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받았던 혜택에 대해서도 기록했으며 그만큼 힘든 여정을 겪어왔던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고 큰이모와 어머님의 추천으로 삼천 배를 한 달 동안 하게 된다. 한 달 동안 삼천 배를 나눠서 하는 것이라 착각한 글쓴이의 생각도 순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9만 배의 절을 해낸 그의 끈기도 대단하다. 처음 삼천 배를 마치고 나서 엉엉 울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아프게 다가올까?


여담이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엔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내 기억으론 1년에 40시간은 봉사를 했어야 했는데 방학 때 봉사 시간을 주로 채웠다. 한 친구가 절에서 삼천 배를 하고 봉사시간을 받아온 적이 있었다. 그것이 정말로 봉사시간으로 인정됐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쩔뚝거리며 등원을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친구는 봉사시간에 대한 열망으로 삼천 배를 했었겠지만, 김동현 판사의 경우 심청전의 공양미 삼 백석의 이야기를 빗대서 삼천 배를 시도 한 것이다. 시력을 잃고 나서 생긴 감정의 변화는 세상을 시력 1.5로 보고 있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자신을 실명케한 의사에게 화를 내지 않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단다. 병원비 대납, 통원 치료비, 차량 지원 등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현재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건설적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이 좋았다. 불망과 원망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사고를 수습하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다독인다. 과학고에 카이스트를 나온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의 사고를 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있다. 작가는 자신에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다는 점을 듣고 그러한 강점(?)을 이용하여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판사로 임용되는 과정을 기술하는데 이야기가 재밌기 때문에 흠뻑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자신을 이끌어주고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글에서 표현한다. 스스로 보행 훈련을 하고 일상생활 훈련을 하면서 소소한 성공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 실패가 쌓이면 자괴감만 쌓인다는 그의 말이 재밌다. 바닥에 있을 때엔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나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성공의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의 열린 사고가 지금의 자리를 만든 것일 테다.


작가는 10km 마라톤, 쇼 다운 국가대표를 하기도 할 만큼 끈기와 체력도 있으며 가족과 자신을 도와준 주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가 장애인 권익 옹호기관에서 보고 느낀 많은 사건들은 분명 판사가 되고 나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본인은 장애인이지만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약자의 위치에서 이용당하고 학대당하는 장애인들을 수없이 보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분노한다.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고 지역사회의 지원도 절실하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나 잠실 야구장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해도 수사가 진행되고 판결이 선고될 즘엔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잊혀진다. 하지만, 피해자의 삶은 지금부터다. 사회가 이러한 피해자들을 구제해 주지 못하고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학대를 하고 방임 받는 환경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정의 탈을 쓴 학대와 착취는 주변을 깊게 돌아보면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불편하다. 그냥 분노해버리고 말거나 애써 모르는척하는 것이 내 감정에 이로울 정도다. 그만큼 우리는 약자의 환경과 삶에 무책임하다. 개인이 동등한 권리는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해야겠다. 끝으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한 번 더 돌아보는 판사가 되고 싶다는 작가를 응원한다.



P.S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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