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생일 선물로 일러스트용 태블릿을 선물받았다. 사실 내가 사주려고 했지만 그걸론 부족하다며 처제에게 이야기해서 선물을 받은 거다. (나는 애플워치 SE를 생일 선물로 뜯겼다. 아니 기분 좋게 사줬다.) 처음엔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만져봤지만 흥미가 없어 보였다. 처음 다루는 제품이고 일러스트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를 듣고 그려보는 게 어떻냐고 건의를 했고 아내는 강의를 듣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시우가 자고 나면 강의를 들으면서 일러스트를 완성하는데, 성취감도 있고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육아를 하면서 아내가 하는 취미생활은 딱히 없었다.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매번 시우를 돌보면서 자신만의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시우를 재우고 나서 어느 정도 여유시간이 생겨도,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예능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 강의를 들어가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완성하면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논어의 첫마디인 '학이시습지불역열호'(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쓴 육아와 아내에 관련한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낼 예정이며 글의 끝엔, 아내가 그린 캐릭터와 답변을 넣기로 했다. 주저리주저리 내가 쓴 글은 초보 남편과 아빠의 입장에서만 쓴 글이다. 아내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관점을 담았기 때문에, 아내가 내 글에 답변을 하면 비로소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아내는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너무 과장되었으며 자신이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왜 자신이 화를 내고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따져보면 그렇게 못 쓸 거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아내는 열심히 자신의 새로운 취미를 해나가고 있다. 나도 옆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소설은 쓰지 않는다. 많은 수의 출판사에서 거절 답변을 받으면서 2부의 집필을 놓아 버린 것이다. 조르바가 알려 주는 선택법은 웹 소설 플랫폼에 올릴 생각이다. 늦은 전개와 긴 대사가 단점이지만, 누군가는 읽어줄 것이며 언젠간 빛을 볼 거라 생각한다. 살이 쪄도, 나이를 먹어도 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즐겁게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P.S
고오급 아이스크림인 '티코'를 먹으면서 글을 써서 기분이 좋은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