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다 오냐오냐 해서 그래

요즘 부쩍 시우의 짜증이 늘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그만 봐야 한다고 하면 '하나만, 하나만'이라며 더 보려고 한다. 이후에 티비를 끄면 시우는 짜증을 내고 운다.

[엄마가, 이거 하나만 더 보고 끈다고 했지?]
[응.]
[그리고 시우 짜증 내지 않기로 했지?]
[응.]

엄마의 말에 대답은 잘하는 아들. 그리고 나한테 와서 다시 유튜브를 틀어 달라고 온다. 나는 마지못해 틀어준 적도 있고 같이 유튜브를 보면서 놀기도 했기 때문에 아들의 입장에선 단호한 엄마 보다 거래하기 쉬운 상대 일 것이다. 아빠의 말보단 엄마의 말이 무서운 시우는 나에게 부탁을 할 때가 많다.

[아빠. 쉿]
[뭐가 쉿이야?]
[꽈자.]

과자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엄마가 뒤에서 보고 있는데도 아들은 쉿 거리며 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마지못해 하나를 꺼내주면, 왜 과자를 자주 주냐며 아내는 나에게 타박을 한다. 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들이 저렇게 쉿 하며 오는데 아빠가 어떻게 그냥 지나칠까? 물론 내가 하고 있는 태도는 아이의 교육상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한 집에서 자라 와선지 난 아들에게는 한없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확실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내 보다 단호하게 이야기하진 않는다.

[시우가 저렇게 투정 부리고 짜증 내는 건 오빠가 다 오냐오냐하고 유튜브도 많이 보여줘서 그래.]
[엄마랑 아빠 중에 한 명은 그래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나 유튜브 많이 안 보여줘.]
[아니야. 시우는 오빠 있을 때면 유튜브도 먼저 보여달라고 하고 잠도 늦게 자.]
[내가 있어서 신나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 잠도 늦게 자고 놀고 싶은 거겠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다. 물론 내가 사고뭉치이기도 했지만 혼도 나고 욕도 먹고 자랐던 기억이 있다. 그 충격의 여파였을까? 난 집에서 욕을 하지 않고 아들에게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가족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주고 가정을 지켜나가고 싶다. 내 감정이 태도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한다. 시우가 내가 하는 말투를 따라 하고 표정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내가 부모님께 느끼는 고마움과 존경을 아들도 똑같이 느끼는 날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와이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결혼해서 아기 낳아봐야 알지. 절대로 부모 마음 모른다.]

육아 3년 차인 그녀가 보여주는 해탈한 저 모습도, 아내 몰래 과자를 달라며 나를 데리고 가는 아들도 너무나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