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주말에 고성 공룡 엑스포에 다녀왔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은 수많은 공룡 인형과 책들을 가지고 있고 많은 시간을 공룡에 할애한다. 30개월 차에 접어드는 아들은, 초식 공룡과 육식공룡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바라파사우르스, 세이스모사우루스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공룡의 큰 특징뿐만 아니라, 공룡의 정면 생김새만으로도 비슷한 용각류 공룡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아들에게 공룡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놀러 가는 당일날 까지도 공룡 보러 가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공룡을 좋아한다.
추석 연휴란걸 인지하고 가는 길을 국도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는 평소보다 40분이 더 소요되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차창밖의 풍경을 들여다보면서도 아들은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공룡을 볼 수 있다는 그 믿음 때문이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차량들이 줄 서 있었고, 운 좋게 주차를 일찍 할 수 있었다. 엑스포 행사를 하기 전과 비교해 보니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덕분에 시우는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 공룡 퍼레이드는 시우가 가장 즐겁게 본 프로그램이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다니면서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고 무희와 서커스 단을 구경했다. 목마를 태우고 있어서 내 목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지만, 시우가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려놓을 수 없었다.
이번 엑스포를 구경하면서 시우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공룡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무서워하던 아들이었다. 지금은 공룡을 직접 만지기도 하고 아기 공룡이나 몸집이 작은 공룡은 뒤에서 안아 보기도 했다.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이 덩치가 큰 육식공룡은 무서워 하긴 하지만, 그래도 울거나 피하진 않았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공룡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은 적은 처음이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시우는 눈앞에 보이는 스코미무스를 보고 울면서 도망가려고 했다. 지금은 스스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을 정도다. 사진을 찍고 나서 재빠르게 내려오긴 했지만,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이 너무 멋졌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티라노사우르스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만지기도 했다. 물론 티라노의 얼굴이나 이빨은 만지지 못하고 발톱과 발을 만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최강 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의 발을 만진 시우는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아들의 성장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해한다. 세상에 한 발자국씩 내디뎌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뭉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들이 안전하게 세상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아들의 옆자리에서, 보이지 않는데서 묵묵히 지켜줄 것이다. 아빠가 되어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가슴 벅차오르는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p.s 우리 아들로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시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