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가 추석 연휴 동안 나랑 놀면서 아빠랑 더 친해진 것 같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요즘은 운동도 하기 때문에 시우랑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 연휴 동안에는 운동도 가지 않았고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시우랑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오전에는 놀이터에 가서 같이 그네도 타고 공 놀이도 하고 시간을 보냈고, 카페에서 딸기 바나나 주스를 사 먹으며 단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 아들의 격한 행동과 넘치는 체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메인 놀이 상대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되었다. 특히 평일이 아닌 주말이나 휴일의 경우엔 주양육자는 아빠가 된다. 아빠가 쉬는 날은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유튜브도 보는 즐거운 날이다. 아빠는 시우가 온몸으로 돌진을 해도, 과격한 장난을 쳐도 화내지 않고 받아 준다. 말타기를 비롯해서 비행기, 목마등 시우가 원하는 자극적인 놀이들도 아빠랑 놀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도 주말에는 시우에게 평소보다 너그럽게 대하고 혼도 잘 내지 않는다.
엄마처럼 엄하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는 아빠는, 아들에게 좋은 놀이 상대다. 놀이방에 갈 때는 엄마 대신에 아빠를 꼭 데리고 간다. 같이 장난감 자동차로 놀기도 하고 공룡으로 싸우기도 하면서 놀이를 하는 것이다. 요리를 만들어 준다며 장난감 냄비에 플라스틱 과일과 채소들 담아서 주기도 하고, 병원놀이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아빠는 화를 내지 않고 엄마처럼 강제로 무언가를 하라고도 하지 않는 편한 존재이다. 아내는 아들이 아빠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내가 유치원 선생님을 할 때, 아빠랑 사이가 좋은 아이들은 태도도 바르고 인성도 좋았단다. 시우의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은 우리가 주말에 어디를 가고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 아들은 아빠랑 나눈 대화에서부터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느꼈던 감정들도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단다.
잘 시간이 되어서, 잘 준비를 하자고 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공룡을 치우고 널브러진 책들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이야기했다.
[아빠는 자지 말고 엄마는 자. 아빠는 시우랑 놀고 엄마는 쉬어.]
아들은 둘째가(태명은 로또) 뱃속에 있어서 엄마가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나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시우 반만큼이라도 해봐. 내가 화를 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