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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Oct 06. 2023

내시경실 간호사가 생각하는 좋은 대장 내시경은?

 대장 내시경은 기본적으로 담당 의사의 insertion(내시경 삽입) 실력에 의해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 대부분 진정(수면) 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나면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통증으로 불편감을 느끼고 복부 팽만감이나 쓰라림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숙달이 되고 일정 기간 이상 트레이닝이 된 의사에게 내시경을 받도록 추천하고 있으며 나 또한 부산에서 내시경을 한다면 우리 병원 스텝으로 있었던 선생님들이 일하는 병원에 가도록 추천한다. 친한 지인이나 가족들은 우리 병원에서 받도록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받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병원을 추천해 준다.


 사실 나도 좋은 병원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내 기준에선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내시경을 보는 다각적인 시각을 가진 선생님에게 추천하고 있다. 빠르게 진단을 내리는 것도 능력이겠지만, 병변에 대한 판단을 상황과 증상을 보고 꼼꼼히 따지는 의사에게 받는 것이 좋다. 만약 10년 동안 한 번의 진단의 오류가 있더라도 그 환자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서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챙겨가며 조직 검사를 하는 선생님이 있는 반면에 간단한 기술로 마무리하고 주기적인 검사를 추천하는 교수님도 있다. 조직 검사가 필요 없는 부분까지 챙기려는 과잉진료는 지양해야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선 이전 검사와 비교하여 변화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꼼꼼히 챙겨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누가 봐도 단순한 atrophic gastritis(위축성 위염)이 있는 사람이고 antrum(위 전정부, 유문동)에 아주 작은 erosion(미란)이 있던 사람이었다. 생애 주기별 검사로 위내시경을 처음 받는 검진 환자였고 단순 미란으로 생각하며 조직 검사를 시행했었다. NBI로 봐도 near focus로 들여다봐도 pattern의 변화는 크지도 않았고 나빠 보이지 않아서 조직 검사를 하고 난 후에 결과를 챙겨 보지 않았다. 며칠 뒤에 그 교수님이 나한테 와서 알려줬는데 결과는 SRC(signet ring cell carcinoma) 반지 세포암이었다. 그 환자는 다시 검사를 하기 위해 방문을 했고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으며 이전 검사 때 보다 더 명확하게 병변 주변에 점막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SRC는 병변의 확인이 힘들고 분화도가 좋지 않으므로 근치적인 절제(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다행히 이 환자는 일찍 발견하여 수술을 했으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날을 기점으로 나는 조직 검사를 더 꼼꼼하게 챙기게 되었다. 특히 이 교수님과 둘이서 같은 방에서 검사를 하면 조직 검사를 한 후 사용하는 포르말린의 개수는 다른 방 검사실의 두 배는 족히 넘을 정도다.


 대장 내시경은 insertion time[대장 내시경 삽입 시간: 대장 내시경을 Cecum(맹장, 막창자)와 terminal ileum(소장의 끝부분, 회장의 끝부분)까지 삽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야 하며 삽입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환자에게 불편감을 적게 줘야 한다. 내시경실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나 의료종사자분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눈으로 보고 겪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내시경을 잘하며 꼼꼼히 보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내시경 삽입이 2분을 넘기지 않는 선생님도 있었고 항상 10분 이상 걸리던 선생님도 있었다. 삽입 시간이 짧은 만큼 장내에 가스가 들어가는 양과 시간도 짧으니 불편감의 호소도 덜 했었지만 withdrawl time(내시경을 삽입 후 다시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 흔히 대장 내시경이 소요되는 시간은 insertion time과 withdrawl time이 합쳐진 시간이다.)도 중요하다. 검사를 하는데 최소 6분은 들여다(?) 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시간 내 검사를 위해 더 빨리 보는 곳도 있고 여유롭게 보는 경우도 있다. 삽입이 빠른 만큼 환자의 대장을 보는 것도 빠른 분들도 있었고 천천히 들여다보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내가 추천하는 선생님들은 오히려 검사시간이 긴 선생님들을 추천을 하게 된다. 삽입 시간에 대한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대장 점막을 꼼꼼히 보는 것은 검사자의 특징이자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도 내시경을 받아야 할 텐데......


P.S 과거에 썼던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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