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난 내시경실의 시술방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초음파 내시경을 위주로 보는 방에서 검사와 시술을 했었지만 시술방에선 시술만 한다. 기존에 있던 검사실에서 하는 시술과 검사와 큰 차이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내시경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의 병변을 제거하거나, 출혈 위험이 높은 고난도의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내시경실에 10년 이상 된 숙련된 간호사와 한 팀이 되어 시술방을 맡아서 시술을 진행하는데 신규의 마음으로 배워가면서 다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술방은 펠로우 선생님이나 내시경실 임상교수님과는 검사를 하지 않고 소화기 내과 교수님들의 시술 스케줄에 따라 종일 시술을 하는 것인데 확실히 숙련된 간호사가 어시스트하는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보통 시술 전날에 환자 파악을 하고 준비해 놓는다. 병변의 위치, 크기, 타 병원 조직 검사 결과, 복용약 유무, 진정 부작용 여부, 시술 당일 보호자 유무 등 많은 것들을 전날에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용하는 악세서리가 비슷하지만 교수님마다 조금씩 쓰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차등해서 준비를 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사용할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 놓아서 시술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한다. 만약 준비를 해놓지 않거나 당일 필요한 악세서리가 부재해 버리면 시술의 긴장감도 풀리게 되고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시술에 차질이 생긴다. 대부분 넉넉하게 물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른 악세서리를 필요로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퇴근 후에 기쁨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다른 병동에 있던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다.
[방금 xxx 병동 CPR 떴는데? 소화기 병동 아니야?]
카톡을 보자마자 갑작스레 오늘 했던 시술들이 떠올랐다. 소화기 내과 메인 병동에서 CPR을 할 경우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도 있지만 그날 시술한 환자도 위험군에 포함이 된다. 오늘 시술을 했던 환자 중 한 명이 떠올랐다. 과거에 G-ESD(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을 3차례 하셨던 분인데, 기존에 시술을 했던 부위에서 조직 검사 결과 tubular adenoma low grade가 나와서 다시 G-ESD를 하러 온 분이 있었다. 위치 접근도 어려웠고 과거에도 그 위치에 섬유화가 심했기 때문에 IT2 knife로 dissection을 열심히(?) 했지만 잘 제거되지 않고 출혈도 많아서 coagulation과 hot bx로 병변 부위를 속된 말로 지져서 제거한 사람이 있었다. bleeding focus를 없애고 철저하게 지혈술을 진행했다. 퇴근 전에 X-ray 상에서도 문제는 없었지만 했었던 시술이 생각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약 환자에게 출혈 양상이 있거나 V/S과 컨디션의 변화가 있었다면 이번 주 내시경실 당직이 콜을 받고 나가서 지혈술을 진행했을 터이다. 사람이 한번 의심을 하고 나니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다 떠올리게 된다.
다음날 출근을 하고 시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제 힘들게 시술을 했었던 환자분이 휠체어를 타고 위내시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시술 후에 시술을 했던 병변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던 거다.
[OOO님 밤중에 잘 주무셨습니까? 배 아프거나 열나거나 식은땀 같은 거 난적은 없구요?]
[아이고 선생님, 잠 잘 잤습니다. 밥이나 빨리 먹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안도의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