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진짜 이분하실 거예요?
ESD나 EMR(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 용종절제술)을 했던 과거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시술했던 부위와 주변을 더 꼼꼼히 보게 된다. 수술을 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수술 부위를 더 유심히 살피게 되는데 그 덕분인지 병변이 있었던 부위를 제외하곤 다른 부분에 대한 집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과거에 cancer(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한 사람들은 그만큼 더 발병 확률이 높다는 뜻일 테지만 GS(외과)에서 수술을 한 환자들은 위가 얼마 없어서(?)인지 검사가 빨리 그리고 수월하게 끝난다.
로컬에서 검진 내시경에서 병변을 발견하여 시술을 위해 오는 환자들은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겐 선암이니 조기 위암이니 하면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할 불안에 잠 못 이루기도 하지만, 발견을 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게 된다. 특히 올림푸스 240이나 구형 후지필름 내시경, 펜탁스 예전 버전으로 병변을 발견하여 이곳에 보낸 병원의 경우엔,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고수는 곳곳에 숨어있고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90의 화면과 화질로도 놓칠 만한 병변을 매의 눈으로 놓치지 않고 조직 검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서(?) 보내는 경우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fundus나 PW 쪽 Cardia, SDA 등에서 병변을 찾아서 시술을 위해 전원 보내는 원장님들의 내시경 스킬들을 보면 지인분들에게 그곳에서 내시경을 받도록 추천하기도 한다.
로컬에서 adenocarcinoma로 컨펌된 환자가 ESD를 하기 위해 왔었는데 그나마 궤양이 없다는 안정감(?)에 시술을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확실히 cancer로 온 환자의 경우는 부담이 크다. 문제는 시술을 진행하더라도 bleeding과 싸워야 할 것이며 절제 후에 depth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하지 않는다. 하지만 ESD 적응증에 대한 권고는 권고일 뿐. 일 년에 한, 두 케이스는 정말 이해가 어려운 시술도 있다. adenocarcinoma m/d 온 누가 봐도 2cm 이상이며 모양도 암이라고 드러내는 녀석이었다. heeling이 돼서 그렇지 누가 봐도 침윤이 된 흔적이 보이며 EUS 상에서도 intact submucosa에 먹은(?) 흔적이 있고 혈관도 무지막지한 게 병변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EUS 결과를 보고 다음날 시술이 취소되겠구나 하며 좋아했지만 시술은 진행되었다.
[교수님. 진짜 이분하실 거예요?]
[환자분이 원하셔서. 내시경으로 제거를 원하시더라고.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도 드렸고 설명했는데도. oo선생님, 지금 눈으로 욕하는 거 아니야?]
[……]
교수님도 나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고 있는 대화에서 서로의 의견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환자가 간절히 바랐으며 나이가 65세의 젊은(?) 환자였기에 OP보다는 내시경적으로 제거를 하자는 것이었다.
epi inject을 아무리 해도 bleeding은 계속 났으며 pocket으로 진행을 했지만 dissection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사실 시술을 하면서도 LN meta나 EUS의 결과 이상으로 침윤되어 있다면 우리가 하는 행위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거한 병변의 크기는 5cm이 넘었고 메인 병변의 크기도 2cm이 넘어 보였다. 침윤성 궤양이 있거나, cancer 병변이 2cm보다 크면 환자의 자기 부담률이 증가한다. 병원비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결국 병변 사이즈는 1.9cm로 기록하는 선생님들에게 환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며 수줍게 의견을 제시했다. 2시간이 넘도록 병변을 절제하고 30분을 Bleeding control을 했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우리 교수님과 선생님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p.s - 예전에 썼던 글을 수정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