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국 Nov 10. 2023

일촌이 사라진다

암울한 미래


 병원에 있다 보면 보호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묻곤 한다. 아직까진 배우자, 부모와 자녀처럼 가족이 주로 오지만 이제는 지인 또한 꽤 많이 온다. 지인이 없으면 보호자가 없는 병동을 이용하거나 간병사를 보호자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많고 자식이 없는 중년들도 많다. 배우자가 없으니 자식도 없다. 아내와 남편 대신 친구와 지인을 대동하여 오는 환자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언급하긴 껄끄럽다. 환자의 병력과 상태는 지극히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촌수가 정해진 관계가 아닌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응급실에 올 때도 직계 가족이 아닌 지인이나 직장 동료가 오는 경우도 많다. 뒤늦게 온다면 모를까, 퇴원을 할 때까지도 가족이 안 오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친구들이 제법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오지랖 같아서 하진 않는다. 가족이 대비가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연락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엔 나약한 존재다. 특히 병원에 오게 되었을 땐 절실히 느낀다.


 출산 인구가 줄었다는 것은 환자의 보호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부모라도 살아 있다면 부모를 기재하련만, 그것도 아니니 지인이나 직장동료를 적어 놓는 것이다. 이성친구를 배우자라고 하거나 여자친구, 남자친구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10년 전보다 법적으로 촌수를 따지지 못하는 ‘배우자’가 보호자로 오는 사람들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눈으로 보고 겪고 있는 사실이다.


 앞으로 30년 후는 어떻게 될까? 인구의 감소를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지금의 출산율을 보면 20년 뒤엔 모든 것이 바뀔 거라 생각한다. 인력도 재화도 사라지고 규격화된 일상만 존재할 것이다. AI는 최적의 결과를 찾아낼 것이고 sns는 유행이랍시고 개성을 죽일 것이다. 그간 미래를 우울하게 보진 않았는데, 지금의 인구수를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시우와 뱃속에 있는 로또에게 미안하다. 과학이 발전하여 내가 누려온 것들 이상으로 다음세대가 누릴 순 있겠지만, 더 나은 미래가 올까? 개인이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을까?


P.S - 한국을 탈출하면 정답이 있을까? 흠, 미세먼지는 없으니 그거 하나는 좋겠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아파트는 남자들만 쓰레기를 버리나 보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