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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Nov 15. 2023

인정의 욕구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프로필에 생긴 하나의 문구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겐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공부를 하고 소화기 학회도 자진해서 간다. 특히 내시경실에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소리를 할 때면 내심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와우 ㅇㅇ쌤 클립 절묘했어요. dieulafoy 제대로 잡았는데요.]


[oo 교수님이 쌤이 잘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더라고요.]


 펠로우 선생님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표정 관리를 하지만 마음속으론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남이 나를 좋게 보고 무언가를 잘한다는 칭찬에 나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좋은 영향력을 준다면 나뿐 아니라 환자와 스텝에게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고 덕분에 그러한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게 된다. 나보다 더 좋은 방법과 감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 선생님들에겐 방법을 묻기도 하고 내 방식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SNS의 명품과 유행을 뒤쫓는 것은 인정의 욕구를 해결하는데 효율이 떨어진다. 값비싼 명품을 매번 구매할 수도 없고 유행은 변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으면 우선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나도 내가 잘하는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언가를 인정받고 나면 그 분야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작은 시작은 점점 더 나은 사람을 만든다.


 지난 10월에는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이번달은 쉬어가는 차원에서 글을 쓰는 것을 조금은 등한시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고 나서 메일을 보고 부랴부랴 브런치 어플에 들어가 보았다.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이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으며 글 몇 개로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크리에이터로 선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몇 년 동안 300개가 넘는 글을 쓰고 나서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나. 나는 브런치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의료분야가 아닌, 에세이 분야에서 말이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내가 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인정을 받은 것이고 내 글이 공감을 받았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내가 이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됐어요.]


P.S -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프로필에 생긴 하나의 문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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