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바라는 미용실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투블럭을 매번 고수하는 나에겐 미용사의 스킬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미용실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커트를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짧아야 함)
2. 스몰토크를 하지 않는 곳
3. 합리적인 가격
4. 거리가 가까운 곳
5. 예약이 쉬운 곳
이 네 가지는 일반 성인 남성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내 머리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한다거나 스타일을 알아주는 분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은 읽을 필요가 없다. 성인 남성이라고 한정 짓긴 했지만 우리는 닮았으면서 다르기 때문에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집 근처부터 번화가에 있는 곳까지 여러 미용실을 다녔다. 그리고 한 곳을 진득하게 다니고 싶어도 네 가지중 한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미용실과 그런 미용사분이 있는 곳은 장소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집에서 30분 이상 걸리는 곳으로 가버리니 쉽게 다시 방문할 수 없었다.
나는 미용실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잠이 쏟아지는 사람이다. 15분 남짓 걸리는 커트를 할 때도 존 적이 많다. 하물며 파마를 할 때는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나에게 말을 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미용사분들이 있다. 헤어디자이너의 직업정신 중엔 고객의 사생활과 결혼생활, 직장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 난 미용실에서 졸거나 전자책을 보고 싶지만, 그녀와 그들은 내 입이 닫혀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난 그들의 기대에 부흥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미용실은 내 기준에서 완벽한 곳이다. 의자에 착석하고 계산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다. 커트를 하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하고 계산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말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이상하게 자르거나 대충 막 갈기진(?) 않는다.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고 오면서부터 아내는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 않으니까. 놀라운 점은 파마를 할 때도 사담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눈을 감고 있기도 하지만, 원장님도 그렇게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 미용실을 다니고 파마를 하면서 내 나이와 직장, 가족관계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미용실은 이곳뿐이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우리 아파트단지 맡은 편 상가에 있기 때문에 거리도 가깝다. 예약은 네이버로 하루나 이틀 전에 하는데, 당일에 전화해서 가능한지 답변도 해준다. 이곳은 없어지면 안 되는 곳이다. 내가 정착한 미용실이 오래오래 뿌리를 내려 나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많이 애용했으면 한다.
P.S - 이 글은 파마를 하는 중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