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사고회로를 가진 내가 풀어보는 단상
작년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펠로우 선생님과 내시경을 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취미나 소일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업으로 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그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진 않았지만 다른 수많은 업무들보다 이 일을 했을 때의 만족감은 커 보였다.
그건 바로 퍼레이드다.
작년에만 경남 고성공룡세계 엑스포를 3번 넘게 다녀왔으며 주간, 야간, 주말 등 공룡 퍼레이드를 즐겼다. 아들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을세라 퍼레이드를 눈여겨보았고, 한 달이 넘도록 퍼레이드 음악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퍼레이드가 너무 좋아서 시우 탓을 하며 야간에도 보러 가자고 아내를 설득했었다. 공룡탈을 쓰고, 키다리 분장을 하고, 반짝이는 공주옷과 광대옷을 입고 관람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들. 난 그 일원이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N의 화신인 나는, 퍼레이드의 메인에서 재주를 부렸으며, 날 보러 온 관람객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결국 우리나라 최고의 퍼레이드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돌린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나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고, 고양이 토리와 사슴벌레도 먹여 살려야 하는 외벌이 가장이다. 주택담보대출금을 포함하여 숨만 쉬어도 돈이 매달 나가는데 내가 퍼레이드를 해서 받은 일당으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펠로우 선생님은 우선 대한민국에서 퍼레이드를 하기엔 인종(?) 부분에서 실격이란다. 물론 많은 퍼레이더들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국인들은 외발 자전거, 불쇼, 저글링등 저마다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압도적인 재주를 부리거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상상이 이렇게까지 진행되면서, 퍼레이드를 하며 느끼는 만족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들의 월급과 국민연금 납부액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 조차 그들과 경쟁하고 연금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은 꿈과 희망을 주는 멋진 존재들일 텐데.
난 행사장의 아이들이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다니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아들은 티라노를 연거푸 외치고 외국 공주님과 하이파이브를 해가며 그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내가 본 퍼레이드가 최고의 공연은 아니지만, 나를 그 일원이 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 훌륭한 공연이었다. 퍼레이드의 일원이 되어 우리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선사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어 주는 일을 하는 그들이 부럽고 자랑스럽다.
P.S - 조금만 더 경제적인 자유가 주어진다면, 퍼레이드를 하러 갈 생각이다. 아내의 허락이 관건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