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모글로빈이 4.0인 응급실 환자를 내시경 하기 위해 새벽에 나왔다. 수혈용 혈액이 6 pack이 처방되어 있고 피를 달고 내시경실로 올라왔다. 식도암 4기 환자분은 수술을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여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요양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였다.
헤모글로빈은 한국말로 혈색소라고 한다. 남, 여, 나이, 임신유무에 따라 수치의 차이가 있지만 10 이하인 경우는 빈혈이라고 본다. 혈압을 올려주는 승압제를 써도 혈압은 잡히지 않는다. 3년 전에 소장 출혈이 의심되었던 환자의 내시경을 한 적이 있다.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붙여놓은 상태였던 환자는 육안으로 봐도 생기가 없어 보였다. 골든 타임이 지났던 그 환자의 대장 색깔은 핏빛이 없는 하얗고 노란색이었다. 그때 헤모글로빈 수치는 3.5였다. 그리고 오늘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4.0이다. 출혈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났었기에 의식을 잃지 않았을 테지만, 승압제의 효과가 미미했다.
솔직히 콜을 받아 나오긴 했지만 교수님에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ABGA PH 7.2에 Hco3 10에다가, Hb 4.0이네요. INR도 늘어나있고…]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교수님이 더 잘 알고 있지만 굳이 랩결과를 이야기했다. 내시경 전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좋은 결과가 있길… 내시경 다운 내시경을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이러한 케이스는 나도 무섭다. 호흡기 내과 병동 간호사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해서인지 내시경실에서 일해도 피검사 결과 확인을 먼저 하게 된다. 객관적인 지표를 보고 나서 주관적인 자료를 취합한다. 편견이 아닌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함이다. 내시경의 결과와는 별개로 내가 쓰임이 있길 바라며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