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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Aug 30. 2024

내 인생과자로 등극한 ‘뉴룽지‘

인생의 선택지에서도 피하지 말아야지.


https://brunch.co.kr/@colloky/82


 일전에도 글을 썼지만, 나는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도전하는 취미가 있다. 치킨브랜드도 그렇고 새로운 배달 음식점이 생기면 그곳을 우선 시켜 먹는다. 검증된 맛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이 도전의 이유기도 하지만, 내 인생 맛집이 나타 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도하는 것이다. 아내는 여전히 이런 내 선택에 의구심을 가진다.


 이러한 믿음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내 보수적인 입맛은 여러 방황을 거치다가 결국 기존의 선택으로 돌아온다. 치킨을 시킬 때면 매번 멕시칸이나 처갓집 양념치킨 중에 고민한다. 옛날 브랜드만 선택한다고 푸념을 듣기도 하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는 내 입맛의 디폴트 값을 고정시켜 버렸다. 내 몸은 더 이상 새로운 치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새로운 브랜드나 메뉴가 생겨서 도전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기존의 선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자도 마찬 가지다. 올드한 입맛의 나에겐 꿀꽈배기가 원픽이다. 아내는 칸츄리콘이라는 과자를 가장 좋아한다. 매달 새로운 종류가 나오는 과자 시장에서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과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익숙하고 검증된 맛에 길들여져 우리는 도전하지 않는다. 요 근래에 빵부장 소금맛 과자를 잠시 찾긴 했다. 달고 짭짤한 과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이 갔다. 하지만 꿀꽈배기나 빼빼로처럼 그 맛이 문득 떠오르거나 그립진 않았다.


 며칠 전, 마트에서 새로운 과자를 발견했다. 포장지에는 누룽지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밥주걱을 들고 있었다. ‘가볍게 달콤’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멘트에다가 흰색의 포장지도 촌스러웠다. ‘100% 국산쌀’이라는 폰트에선 쌀과자 특유의 구식맛이 떠올랐다. 그런데 현대식으로 포장되어 있거나 이름이 세련된 프랑스어 느낌의 과자였으면 무시했을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끌림에 나도 모르게 그 과자를 카트에 담았다. 아내는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이거 오빠가 먹을 거지? 난 안 먹을 거야. 나에게 먹어 보라고 하지 마.]


 이름조차 맛없어 보이는 ‘뉴룽지’라는 과자는 현재 우리 부부의 원픽 과자가 되었다. 꿀꽈배기와 칸츄리콘을 제치고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과자가 된 것이다. 만약 이 과자를 먹지 않고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고 여전히 같은 과자를 먹었겠지. 하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했고 새로운 맛을 찾았다. 쌀과자 특유의 향에 달달함과 바삭한 식감도 가진 녀석이다. 고소하고 달콤하지만 건강한 맛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루에 하나씩은 먹을 정도로 우리는 ‘뉴룽지’의 포로가 된 것이다.


P.S - 또 다른 인생과자가 나올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 인생의 선택지에서도 피하지 말아야지. 언제 ‘뉴룽지’ 같은 녀석이 나타날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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